호수 2836호 2024. 10. 13 
글쓴이 사회사목국 
너의 웃음이 아이답기를 바라며

 
사회사목국(051-516-0815)
 
   “저 아이는 참 어른스러워, 의젓해.” 어른은 쉽게 아이를 판단하고 칭찬인 듯 이런 말을 하고는 합니다. 아이가 어른스럽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힘들어도 어리광 부리지 않고 제 역할을 잘하고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지 않고 오히려 힘을 주고… 어른도 어른스럽기란 쉽지 않습니다.
 
   “매일 학교 도서관에서 스스로 공부해서, 앞으로가 기대되는 친구예요.” 선생님은 모범생인 하은(가명, 13세) 양을 칭찬합니다. 밝고 쾌활한 하은 양은 얼핏 잘 지내는 듯 보이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애 엄마가 문화누리카드로 책을 사서 꾸준히 읽게 하더니, 그 습관이 붙었나 봐요.” 하은 양의 보호자인 외할머니는 걱정을 끼치지 않는 손녀에게 고마워합니다. 사실 외할머니는 딸의 건강 상태와 생활비 걱정으로 손녀의 학교생활과 마음까지는 신경 쓸 여유가 없습니다.
 
   하은 양의 어머니는 몸과 마음의 병이 깊어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갑상샘 저하증, 우울증, 공황장애와 발작으로 말미암은 낙상 후유증… 결혼 실패 이후로 그녀가 얻은 질병입니다. 어머니는 딸은커녕 자신을 지키기도 어려운 상태입니다. 입원비가 한 달에 100만 원 이상 소요되는데, 하은 양과 어머니 앞으로 나오는 정부지원금, 외할머니 앞으로 나오는 기초연금에서 병원비를 제하면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한창 성장기에 있는 하은 양과 고령으로 돌봄이 필요한 외할머니를 생각하면 막막할 따름입니다.
 
   “아빠랑 살았는데 그 동네 학교에 다니기 싫어서 엄마한테 가겠다고 했어요.” 먼 타지에 사는 하은 양 아버지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되었습니다. 부양의무자의 역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버지의 존재 때문에 이 가정은 정부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합니다. 하은 양은 아버지와 지낼 때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 외할머니와 사는 어머니에게로 오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이곳에서는 공부도 잘하고 예체능에도 재능을 보이며 밝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이혼과 아버지의 부재, 어머니의 건강 악화로 마음 둘 곳 없는 어린이의 마음이 괜찮을 리가 없을 텐데 말입니다. 
 
   아이가 아이답고 어른이 어른다우면 가장 좋겠지만, 쉽지 않은 현실을 겪으며 아이는 애어른이, 어른은 철없는 어른이 되고는 합니다. 성장기에 잘 먹기도, 배우기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하은 양의 웃음이 아이답기를 바라며, 여러분께 예수님의 사랑을 전해주시길 청해 봅니다. 어느 날 ‘그리스도인은 이런 사람들이었지’라며 그녀가 우리를 아름다운 모습으로 떠올리고 나아가 부르심까지 느낀다면, 주님께서 “잘했다.”라고 하실 것만 같습니다.
 
사랑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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