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선택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
정시후 율리오
명지성당 · 부산가톨릭고등학생연합회 제62대 회장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사춘기에 나는 주일학교가 지루하고 귀찮았고 성당에 나오는 것보다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재밌었다. 레지오도 그만두고 복사는 의무감이 되어 갈 때쯤 코로나가 터지며 자연스럽게 냉담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중학교를 보내고 고등학교 진학할 무렵, 2월 한 달 동안 같이 성당에 가지 않겠냐는 성당 친구의 제안에 나는 같이 가겠다고 답했었다. 친구가 늦어 혼자 먼저 성당에 가 기다리던 중 성전에서 눈치가 보여 밖에 나와 앉아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는데 주일학교 선생님께서 다가와서 나에게 말을 걸어주셨고, 그 이후로 모든 게 바뀌었다.
어렴풋이 옛날 생각도 나고, 조금의 씁쓸함을 포함한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느껴져 성전 한 구석에만 있더라도 미사는 계속 참례했었다. 옛날에 엄마에게 이끌려 반강제로 첫영성체와 복사단, 소년레지오까지 했던 조기교육도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그렇게 성당 적응기가 끝나갈 무렵 내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 찾아왔다.
2023년 여름LT에서 나는 나와 비슷한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 하나로 뭔가 기분이 좋았고, 그저 같은 갈래며 같은 참가자라는 이유로 사람들과 친해지며 명지라는 작은 동네를 벗어나 부산, 울산, 경남권의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며 많은 것을 배웠다. 항상 서로 상처 주고,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던 사람들만 보다가 이런 친구들을 만나니 성격도 많이 밝아졌고, 항상 귀찮기만 했던 주변 일들도 이제는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장·차장이 해야 하는 것, 남들과 대화하는 법 등 학교 공부가 전부인 학생들이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토요일은 모든 일정을 비워야 하고, 시험 기간도 수시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여행도 자주 가는데 성당을 위해 포기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현실에 쫓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잠깐 내려놓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미사를 본다는 것, ‘하느님을 선택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 주일학교이고 복사단이고 소년레지오라는 것을 우리 청소년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2024년 다시 시작된 정기총회에서 부산가톨릭고등학생연합회 회장이 된 후 전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하면 더 좋겠지만 18살이라는 나이에 LT 같은 큰 행사를 직접 진행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정말 좋은 경험이 되어 돌아올 것으로 생각한다. 냉담을 하는 친구들이 돌아와 성당에서 같이 웃고 떠들고 할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고 많은 친구들이 주님 안에서 시간을 보낼 방법을 고민하고 기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