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더 넓은 ‘우리’를 향하여
트란쿡퐁(TRAN QUOC PHONG) 요셉 신부
노동사목 부산본부 베트남전담사제
부산교구 노동사목 산하 베트남신앙공동체는 세곳입니다. 사상성당에서 주일미사를 봉헌하는 부산베트남공동체, 웅상성당에서 토요일마다 미사를 봉헌하는 양산베트남공동체, 무거성당에서 매월 첫 주에 미사를 봉헌하는 울산베트남공동체입니다.
저는 작년 11월 웅상성당에서 일어난 아름다운 일을 기억합니다. 이날 주보성인 축일을 맞아 미사와 행사를 진행했는데, 다른 베트남공동체 친구들은 물론 웅상성당 주임 신부님과 본당 수녀님들, 그리고 많은 신자들이 찾아와 함께 축하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난 6월 무거성당의 아름다운 일도 기억합니다. 울산공동체 설립 1주년을 맞아 미사와 함께 주보성인 축일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날도 다른 베트남공동체 친구들과 특히 울산 필리핀공동체의 친구들이 축하해주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아름다운 일은 성찬 전례 거행도 있지만, 또 다른 아름다움 - 바로 ‘연대’, 혹은 ‘더불어’의 아름다움입니다. 이는 부산, 양산, 울산이라는 지역적 선을 넘어선 ‘더불어’의 아름다움입니다. 또한, 베트남과 한국, 필리핀이라는 국경을 넘어선 연대의 아름다움입니다. 이 아름다움을 체험하며 저는 교황님의 담화를 떠올렸습니다.
담화에서 교황님께서는 회칙 「모든 형제들」 35항의 “부디 더 이상 ‘다른 이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우리’만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소원을 다시 언급하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남자와 여자로, 서로 다르지만 상호 보완하도록 창조하시며, 세세 대대로 더욱더 번성하도록 정해진 ‘우리’를 만들어가도록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모습, 삼위일체로 존재하시는 당신 모습, 다양성 안에서 친교를 이루는 모습으로 우리를 창조하셨습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극단적 민족주의 경향이 등장합니다. 이런 배타적 경향으로 많은 이주민과 난민이 더욱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지금은 국경의 의미가 옅어지고 민족과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 다문화사회입니다. 수많은 이주민들이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더불어’의 아름다움이 더 많아져야 할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국적과 민족이라는 선을 넘어서 ‘우리’라는 세계를 건설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더욱더 넓은 ‘우리’를 향해 갈 필요가 있습니다.
“진실은 바로 우리는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있고 함께 일하라고 부름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더 이상 우리를 갈라놓는 장벽이 없어질 것이고, 더 이상 다른 이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온 인류를 품어 안는 단 하나의 ‘우리’가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의 제107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담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