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834호 2024. 9. 29 
글쓴이 차공명 신부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차공명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신부
부곡성당 주임

 
   어릴 적 추억 중에 오징어달구지, 자치기, 말뚝박기, 다망구 같은 놀이를 동네나 학교 친구들이랑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던 기억이 있다. 이때 제일 먼저 정하는 것이 있었다. 편 가르기이다. 무조건 편을 갈라야 놀이가 시작될 수 있었다. 이런 어릴 적 습관과 기억이 어른이 되어서도 이어지는 걸까? 요즘 신문이나 방송에서 뉴스들을 보면 온통 서로 편을 갈라서 내편 옳고 네편 틀렸다! 하면서 싸우는 뉴스들이 주요 정치뉴스고 세계뉴스들이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우리의 철없는 편 가르기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제1독서에서 모세와 70명의 장로들이 하느님의 영을 받아 예언을 하는데 그들 외에 다른 두 명에게도 하느님의 영이 내려 예언을 한다. 그러자 2인자인 여호수아가 그들을 말리자고 모세에게 건의한다. 우리 편이 아니니 내치자는 것이다. 이에 모세는 이렇게 말한다. “너는 나를 생각하여 시기하는 것이냐? 차라리 주님의 온 백성이 예언자였으면 좋겠다. 주님께서 그들에게 당신의 영을 내려 주셨으면 좋겠다.”(민수 11,29)
 
   복음에서는 예수님의 제자들이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사람 몇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을 보고 예수님께 고발한다. 우리 편이 아니니 그런 일을 못 하게 막자는 것이다. 그러자 예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막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로 나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마르 9,39-40)
 
   오늘 성경 말씀들은 자신이 속한 편을 넘어서라고 말씀하신다. 신앙인은 편을 가르기 위해서 정해놓은 선을 넘어서야 한다. 내편이냐 아니냐에 따라 무조건 찬성하고 반대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오늘 제2독서와 복음의 다른 부분들은 편 가르기가 그냥 인격의 문제가 아니라 큰 죄라고 엄중히 경고하는 내용이 나온다. 야고보서는 자기이익만 추구하는 독선적인 부자들에게 “그대들에게 닥쳐오는 재난을 생각하며 소리 높여 우십시오.”(야고 5,1)하고 있고, 복음에서는 남을 죄짓게 하느니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던져지는 편이 오히려 낫다.”(마르 9,42)라고 말씀하신다. 습관적으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화를 내고 욕을 하고 저주하는 것은 분명 죄에 가깝다.
 
   마지막 마무리는 세계적 석학인 움베르토 에코의 저서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윌리엄 수사의 대사로 갈음한다. “영혼의 교만, 미소를 모르는 신앙, 의혹의 여지가 없다고 믿는 진리... 이런 게 바로 악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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