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순교자들 대축일 (나해) 강론 – 평신도가 움직이면 교회가 움직인다.
주임신부 2024. 9. 22, 덕계성당
유대교의 경전인 「탈무드」에는 이런 명언이 나옵니다.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표현은 실천이 성공을 가져온다는 가르침입니다. 실천과 관련하여, 교회 안에도 유명한 격언이 있는데, 바로 이 말입니다. - ‘사제가 움직이면 교회가 움직인다.’ 이 표현은 사제가 움직여야 함을, 그래야만 교회가 움직인다는 가르침입니다. 여러분 생각에는 어떻습니까? 사제가 먼저 움직여야만 평신도 또한 움직이고, 교회가 거듭 살아난다는 말인데, 그럴듯한 말이 됩니까?... 예, 말이 되는 교회의 격언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에 따르면, 움직이려는 사제가 있는 반면, 움직이지 않으려는 평신도분들도 있다고 봅니다. 평신도분들이 움직이도록 사제가 독려하더라도, 그냥 사제의 얼굴만 바라보면서 도무지 움직이지 않으려는 평신도분들이 계시다면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겠지요. 그래선 좋은 변화가 결코 일어날 수 없고 발전도 없을 것임은 자명하겠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더 편하다는 그런 안주하는 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대축일을 맞으며, 우리 신앙 선조들은 어찌하셨는지 생각해 봅시다.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외국 선교사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 선조들은 가톨릭 신앙을 주도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사제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 평신도들은 움직이면서 사제를 받아들였고 이 나라에 교회가 살아나도록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순교 성인들과 복자들, 그리고 무명 순교자들 대부분은 성직자가 아닌 평신도들로서, 그분들은 교회가 살아 움직이도록 피를 흘리고 생명을 바친 자들, 그렇게 몸소 움직인 자들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 따른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서 주님을 따른 자들이(루카 9,23 참조) 우리 신앙 선조들입니다. 그러니, 교회의 격언이 우리나라에서만은 이렇게 바뀐 셈이지요. - ‘평신도가 움직이면 교회가 움직인다.’
바라건대, 교회의 모습을 지닌 우리 본당에도 움직임이 따랐으면 합니다. 정당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누군가 움직임으로써 발전을 향한 좋은 일들이 일어나야 하겠지요. 다른 한편, 움직이는 분들에게 우리가 딴지 걸지 말고 격려해 주어야 하겠고 나아가 동참할 수 있다면 더 좋겠습니다.
저의 입장에서는 ‘사제가 움직이면 교회가 움직인다.’라는 교회의 격언을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요청드리건대, 여러분 입장에서는 ‘평신도가 움직이면 교회가 움직인다.’라는 우리나라 신앙 선조들이 만들어 낸 격언을 기억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자랑스러운 순교자의 후손이신 여러분, 여러분께서 움직임으로써, 움직이는 우리 본당 되길 바래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