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833호 2024. 9. 22 
글쓴이 윤경일 아오스딩 
우리는 바오밥나무처럼 강하다

 
윤경일 아오스딩
좌동성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 8월에 아프리카 말라위에 구호 활동을 다녀왔다. 그 지역은 말라리아 상존 지역인데다 급성 감염병인 ‘원숭이두창’이 만연하여 WHO에서 공중보건 비상사태까지 선포되어 지금은 아프리카에 가지 않는 게 좋겠다고들 만류하였다. 하지만 수혜자들이 기다릴 것을 생각하니 나는 일정을 미룰 수 없었다. 
 
   부담을 안고 출발했지만 막상 여러 난관을 겪게 되었다. 특히 이동 과정에서 그러했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30시간, 현지에서 돌아오는 데 무려 48시간이 걸렸다. 항공사 측에서 몇 시간씩 돌아서 가는 일정으로 변경하는가 하면, 귀국길에는 아디스아바바 공항의 트랜짓 과정에서 여행객을 오버 부킹으로 받아 결국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하루를 붙잡혀 있어야 했다. 아디스아바바와 나는 무슨 악연이 있나... 십 년 전 에티오피아 구호활동 때도 이 공항에 내렸는데 당시 에티오피아는 총선 직전이었다. 개발도상국 위주로 도장이 찍힌 내 여권을 보더니 필시 유엔인권감시위원이라 의심하고 입국시켜 주지 않아 몇 시간 동안 공항에 붙잡혀 있다가 겨우 입국할 수 있었던 일이 회상되었다.
 
   가난한 이에게 식량을 제공해 주고 교육을 통해 자기계발을 할 수 있게 하는 일은 그들의 존엄성을 살려주는 길이다. 이런 가치를 바탕으로 에코우먼그룹에게 구호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는 가운데, 무엇이 나를 머나먼 그곳까지 인도하게 하는 것일까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당신을 온전히 선물로 내어 주신 예수님의 삶을 본받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 있었고, 또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여섯 군데 센터를 방문하는 동안 여성들은 노래와 율동으로 맞아주었는데 에코우먼을 찬양하는 다양한 노래 가사가 심금을 울렸다. “빈둥거리는 남편에게 매달리지 말고 자신감 있게 살려면 에코로 와라. 인생을 멋지게 살려면 에코로 와라.” 리더 없이 중간중간에 한 사람씩 선창 혹은 후렴구를 넣는데 노래와 춤에는 열정과 에너지가 넘쳤다. 한 여성이 나에게 에코우먼그룹을 바오밥나무에 비유해서 말했다. “에코우먼 프로그램은 생명과 같아요. 이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벌써 쓰러졌을 거예요. 이제 우리는 바오밥나무처럼 강해요.” 바오밥나무는 아프리카인에게 상징적인 나무이다. 엄청나게 덩치가 크고, 상처가 생겨도 재생능력이 뛰어나며, 건조한 땅에서도 적응력이 강하다. 
 
   현지에서의 아름다운 시간에 비해서 귀국길은 고단했고 나는 돌아오는 즉시 급성 장염으로 한동안 복통과 심한 설사를 계속했다. 이런 연속되는 고난 속에서도 참된 가치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행복감으로 이어진다. “말씀을 듣기만 하고 실행을 하지 않는,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않고, 그 실행으로 행복해질 것이다.”(야고 1,22-25 참조)라는 말씀은 이번 말라위 여정에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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