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833호 2024. 9. 22 
글쓴이 박혁 신부 
“우리도 스승님과 함께 죽으러 갑시다.”

 
박혁 스테파노 신부
김범우순교자성지 담당
 
   매일 김범우 순교자 묘역을 드나들면서, 새삼스레 순교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렸고, 심지어는 목숨조차 바쳤을까 생각해 봅니다. 라자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베타니아의 “라자로에게 가자.”는 예수님의 말씀에 토마스 사도가 “우리도 스승님과 함께 죽으러 갑시다.”(요한 11,16) 하고 비장하게 대답합니다. 과거 서구에서는 순교에 대한 열망으로, “우리도 죽으러 갑시다.” 하면서 앞다투어 선교지로 갔다고 합니다. 순교 자체는 아름다운 것이지만 죽음을 미화해서는 안 됩니다. 순교자들이 목숨을 바친 이유는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부정하고 탄압하는 자들 때문이지 죽음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순교)을 하는 이유는 하느님과 함께하는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합니다. 온 마음으로, 온 영혼으로, 온 정신으로, 온 힘으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온전히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위하려면 자기 자신을 비워야 합니다.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합니다.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것이 순교의 정신일 것입니다. 우리가 구원받기 위해서 반드시 순교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앙과 진리를 미워하는 자들의 폭력 앞에서 우리 신앙을 감추거나 부끄러워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날 우리는 거의 무한에 가까운 자유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앙생활에 돈독하지 않은 교우님들이 많습니다. 하느님 때문에 목숨을 바친 신앙의 선조님들이 그러한 우리 모습을 보신다면, 얼마나 안타까워하실까요? 죄송스런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하느님을 믿으며 그리스도교 신자로 살아가고 있습니까?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건설하기 위해 신앙생활을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다른 바라는 것이 있어서입니까? 하느님이 목적입니까, 세상의 재물이 목적입니까? 
 
   “우리도 스승님과 함께 죽으러 갑시다.” 의심쟁이로만 알려진 토마스 사도의 비장한 결기가 느껴지는 말씀입니다. 우리 비록 비루한 신앙인이지만, 예수님과 예수님의 말씀을 떳떳하게 여겨 부끄럽지 않은 신앙인이 되도록 합시다. 하느님 때문에 당하는 모욕과 멸시, 고통과 희생이 하느님을 사랑하는 대가라면 결코 피할 수 없는, 우리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운 숙명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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