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832호 2024. 9. 17 
글쓴이 곽길섭 신부 

우리는 세상에 초대된 ‘손님’입니다. 


 
곽길섭 베드로 신부
범서성당 주임

 
   한가위엔 한 해의 결실을 나눕니다. 이는 그 결실이 있기까지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삶임을 잘 알고, 분명 ‘함께’ 이루어낸 결실들이기에 감사의 마음을 듬뿍 담아 나누며, ‘서로’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입니다.
 
   한가위엔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분들을 기억합니다. ‘나그네 살이인 인생길’을 먼저 마무리한 분들의 영혼을 기억하며, 이 세상 여정을 마무리하고 하느님 나라에서의 복된 삶을 살아가는 그분들이 하느님의 자비하심 안에서 평안한 안식을 누리시길 기도합니다.
 
   한가위엔 자신을 돌아봅니다. 가끔 말씀에서 보면, 예수님께서는 ‘과부와 고아와 이방인, 나그네’를 말씀하시며 그들을 위로하시는데, ‘과부와 고아, 이방인이나 나그네’는 먼 곳에 있는 그 누군가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어쩌면 바로 우리 각자 자신을 이야기하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도 이 세상에 ‘손님’으로 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과부이고 고아이며 이방인이고 나그네일지도 모르겠고, 바로 우리가 ‘주님 위로의 수혜자들’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손님’으로 왔지만, 주인처럼 살다가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분들처럼, 분명히 우리도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날 것입니다. 집 안에 좋은 손님을 모시면 복이 들어온다는 말처럼, 세상이 나를 좋은 손님으로 받아들이고, 나를 통해 세상에 복이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그 복을 마음껏 나눕니다. 그래서 세상은 풍요로워집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부르시는 날, ‘주님 안에서 죽은 이들은 행복하다.’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어리석은 부자는 손님으로 살지 못하고, 나그네요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더더욱 잘 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이 하느님 앞에서 부유하지 못한 사람으로 생활합니다. 
 
   그러나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분들도 이 세상에 초대되었던 ‘손님’이었고, 우리 모두도 이 세상에 초대되어 온 ‘손님’임을 기억할 수만 있다면, 주님 말씀도 잘 따르며, 풍요로움도 잘 나누는 복된 명절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풍성한 한가위 되십시오.
 
“주 너희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고 기뻐하여라.”(요엘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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