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0일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예수께서 당신의 제자들 가운데 12명을 사도로 뽑으셨다. 오늘 우리가 들었던 루카 복음서에는 예수께서 왜 12명의 제자들을 뽑으셨는지, 그 이유를 밝히지 않지만, 마르코 복음서에는 그 이유가 언급된다. 첫째, 그들을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고, 둘째, 그들을 파견하여 복음을 선포하게 하려고, 셋째, 마귀들을 쫓아내는 권한을 갖게 하려고 예수께서는 12을 뽑으셨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복음의 원천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예수 그리스도가 없는 교회, 그것은 그저 인간들의 집단에 불과하다. 교회가 아닌 것이다. 교회가 복음을 선포하고, 마귀들을 쫓아내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와의 일치가 첫 번째 전제 조건이다. 그리스도께 충실할 때, 교회는 그리스도를 따라 세상을 사랑하지만, 세상에 속한 사람들이 아닌, 하늘 나라에 속한 사람들이 된다. 그리스도께 충실할 때, 교회는 그리스도를 따라 세상을 살아가지만, 세상에 파묻히지 않는 사람들이 된다. 그리고 그리스도께 충실할 때,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선언하신 참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 곧, 가난한 사람들, 슬퍼하는 사람들, 온유한 사람들,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자비로운 사람들,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이 모인 교회가 된다.

예수께서 제자들 가운데 12을 뽑아 사도로 파견하시고 그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고, 마귀들을 쫓아내는 권한을 주신 이 모든 일들은 평화를 위해서였다. 그런데, 세상의 평화와 마음의 평화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공자의 말씀 가운데, 수신제가치국 평천하(修身齊家治國 平天下)라는 말이 있다. 몸을 닦고, 가정을 꾸리고, 나라를 다스리면, 천하가 평화로워진다는 말이다. 하지만, 몸 닦는 일, 가정 꾸리는 일, 나라 다스리는 일은 결코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몸 닦고 나서, 가정 다 꾸리고 나서, 나라를 다스리라는 말도 결코 아니다. 몸 닦는 일과 가정 꾸리는 일, 나라 다스리는 일은 동시적인 것이다. 나라가 엉망인데, 가정이 잘 돌아 갈 일이 없고, 가정이 엉망인데, 내 몸 하나 편할 수는 없다. 관계 속에 살아가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이들이 그저 마음의 평안을 찾기 위해, 성당을 기웃거리고, 절간을 기웃거리고, 예배당을 기웃거리는 것은 자신이 사회적 존재임을, 관계 속에 살아가고 있는 인간임을 알지 못하는 유아적 상태에 머무르고 있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 고집불통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예수께서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 갈 수 없다는 말씀이 유아들처럼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되라는 말씀은 분명 아닐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나만 생각하고, 나만 위하는 인간이 아니라, 나와 더불어 살아 가고 있는 모든 인간들 속에서의 내 위치를 생각하고, 내 삶을 생각하는 사람, 곧 성숙한 인간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평화의 사람이다.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녕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은 십자가의 길, 사랑의 길이다.

나부터 먼저가 아니라, 너부터 먼저, 내가 행복해지려면, 네가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는 것, 내가 부자가 되려면, 네가 먼저 부자가 되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 이러한 삶이 바로 다름 아닌 사랑의 길, 십자가의 길이다. 나부터가 아니라, 너부터 챙기고, 나부터가 아니라, 너부터 살리는 사람이 되자고 마음 먹어보자. 그런 마음을 먹자마자, 하느님께서는 분명 우리에게 성령을 내리셔서, 우리를 뜨거운 사람, 성령의 사람으로 변화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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