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7일 토요일 성모 신심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아기들이 옹알거리다가 가장 먼저 입 밖으로 내뱉는 단어가 mam, 엄마다. 살아가면서 힘들고 지칠 때, 가서 쉬고 위로 받고 싶을 때 찾아가는 데가 어머니다. 어머니에게는 무슨 얘기를 해도, 어떤 투정을 부려도 다 받아주시고 위로해 주신다. 어머니는 우리에게 늘 그러한 분이시다.
 
성모님은 아들 예수에게 어머니셨다. 아들 예수를 잉태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녀의 몸인데 어떻게 임신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당신의 뜻이라면 그대로 저에게 이루어지소서.” 하며 아들 예수를 잉태하셨다.

아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을 때 그 십자가 아래에서 서서 아들 예수의 고통과 아픔을 고스란히 함께 받았다. 성모님은 어머니로서 감당해야 할 운명을 감내했다. 회피하지도 않았고 거부하지도 않으셨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하느님은 당신 백성의 고통을 함께 느낀다고 고백한다. 이 사실을 온몸으로 드러내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다. 예수님은 비뚤어진 현실을 당신의 현실로 삼고, 저주받은 사람들과 함께 저주를 받고, 단죄 받은 사람들과 더불어 단죄를 받고, 십자가에 못박힌 사람들과 더불어 십자가에 못박혀 죽음을 맞이하였다. 예수님은 단죄 받은 사람들과 함께 그리고 그들을 위하여 연대하는 형태로서 단죄를 받아들이셨다.

그런데, 하느님의 아들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만 하느님은 당신 백성의 고통을 함께 느낀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계시자가 아니다. 성모님 또한 그러하다. 오늘 복음은 성모님이 예수님의 고통에 침묵 속에서 함께 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십자가 아래에서 침묵 속에 아들의 그 고통에 동참하고 있는 마리아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에 동참하고 있음을 보여준 계시 사건이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어머니에게 제자를 아들로 받아 들이라고 하시고, 제자에게 자신의 어머니를 맡긴 이 사건은 고통 속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교회를 어머니로 여기고, 스승을 잃고, 절망 속에 살아 갈지도 모를 제자를, 삶의 의미를 잃고,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어머니인 교회가 자녀로 받아 들이라는 말씀이 오고 간 사건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살아가면서 힘들고 지칠 때가 많이 있다. 어떨 땐 힘에 겨워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고, 하는 일이 계속 엉켜 쓰라린 좌절을 맛볼 때도 있다. 마음이 심란하고 괴로울 때도 있다. 그럴 때 우리에게 ‘괜찮아.’라고 위로해주시는 어머니가 우리에게 있다. 우리의 아픔을 자신의 품 안으로 고스란히 받아 안으시는 어머니가 계신다. 어머니는 힘들어 하고 아파하는 우리를 안아주신다.

오늘 9월 성모신심미사를 봉헌하면서 나는 2가지를 생각해본다. 첫째, 우리를 낳으신 어머니에게, 우리를 위해 늘 간구해주시는 성모님에게 감사와 사랑을 드려야겠다. 둘째, 예수님께서 당신의 어머니에게 제자를 아들로 받아 들이라고 하시고, 제자에게 자신의 어머니를 맡기신 것은 고통 속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교회를 어머니로 여기고, 스승을 잃고, 절망 속에 살아 갈지도 모를 제자를, 삶의 의미를 잃고,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어머니인 교회가 자녀로 받아 들이라는 것이라는 것도 기억해야겠다.

잠시 이런 의문이 든다. 과연 교회는 어머니인 마리아를 따라서 세상의 고통에 어머니로서 처신하고 있는가 ? 자식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면서, 자신의 고통으로 받아 들이면서 살아 가고 있는가 ? 교회라고 하니 거창하다면, 나는 어머니인 마리아를 따라 그렇게 처신하고 있는가 ?

성모신심미사를 봉헌하는 오늘 9월 첫토요일, 9월은 아홉 9를 써서 9월이 아니라, 구할 구를 쓰는 9월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싶다.
 이러한 나의 바램에 여러분도 함께 동참해주시기를 간곡히 바라며 강론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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