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6일 연중 제22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 사용하시는 단어들, « 새 천 조각, 새 포도주, 새 부대 »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새롭다”라는 형용사다. 무엇인가가 새롭다는 것은 새로운 것의 반대되는 것, 곧 옛 것, 낡은 것, 오래된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면, 새 것은 무엇이고, 헌 것은 무엇인가?
 
루카 복음사가와 특히 바오로 사도의 서간들의 중심사상을 염두에 두고, 새 것과 헌 것에 대해 말한다면, 헌 것은 유대교에서 하느님이라고 믿어왔던 그 하느님에 대한 이미지들과 신관들, 그리고 그 이미지들과 신관들을 바탕으로 한 사회의 윤리, 법률, 사회의 체제, 사회의 시스템이고, 새 것은 나자렛 사람 예수를 주님이요, 사람이 되신 하느님이라고 믿게 된 그리스도교에서 고백하는 하느님에 대한 이미지들과 신관을 바탕으로 한 사회의 윤리, 법률, 사상, 체제, 시스템을 일컫는다.

유대교, 아니 더 정확하게는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에게 있어서 하느님에 대한 신앙의 척도는 율법과 계명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 얼마나 글자 그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잘 지키느냐다. 그뿐만 아니라, 율법과 계명의 준수가 국가에 대한 백성의 충성도, 곧 애국심을 측량하는 기준이다. 율법과 계명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하느님께만 불충하는 것이 아니라, 이방인이 되어 버린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율법과 계명에 대한 충실을 하느님께 대한 충실과 국가에 대한 충성과 애국의 길로 여겼다.

이러한 옛 것과 대비해서 새 것은 예수께서 세례자 요한의 세례를 받고, 광야에서 40일을 지내신 후 맨 처음으로 선포하셨던 ‘하느님 나라’의 도래, 곧 하느님 자신의 오심이다: “때가 찼습니다. 하느님 나라가 왔습니다. 여러분은 이 복음을 믿고, 회개하시오”. 생명의 하느님, 해방하는 하느님, 자유의 하느님, 불의를 고발하고, 정의를 펼치시는 하느님, 가난한 사람들, 슬퍼하는 사람들, 온유한 사람들,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자비로운 사람들,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시는 하느님, 이 하느님이 바로 새 것, 새 헝겊 조각, 새 포도주, 새 가죽 부대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들의 주님께서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참으로 친절하게도, 이런 경고의 말씀도 덧붙이셨다. “묵은 포도주를 마시던 사람은 새 포도주를 원하지 않습니다. 사실, 그런 사람은 ‘묵은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정저지와 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우물 안에서만 살던 개구리가 어느 날 불어난 우물의 물 때문에 우물 밖으로 나왔다. 우물 밖으로 나온 개구리는 자기 눈에 비친 세상을 보고는 ‘저건 내 세상이 아니야. 저건 가짜야. 내가 알고 있는 것, 내가 경험한 것, 내가 배운 것, 그것만이 진짜야’하면서 현실을 직시하려 하지 아니하고, 그 현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아니하고, 똥 고집 피우며, 또다시 우물 속으로 냉큼 펄쩍 뛰어 들어갔다. 마냥 우물 안 개구리로, 우물 속으로 다시 풀쩍 뛰어 들어 가버리는 개구리로만 이 세상을 살다 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오늘 복음은 나에게 우물 안 개구리로 살지 말라 경고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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