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3일 화요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기념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천박해도 예쁘기만 하면 된다는 세상, 무식해도 높은 자리에만 앉으면 된다는 세상, 돈이면 안되는 게 없다는 세상이다. 남들보다 조금 느리면, 븅신이라고, 남들보다 조금 능력이 떨어지면, 짤린다고, 남들보다 조금 천천히 가면, 괄시당하고, 손가락질 당하고, 남들보다 조금 부족해보이면, 왕따당해버리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븅신 소리 안들으려고, 안 짤리려고, 괄시 안 당하려고, 손가락질 안 당하려고, 왕따 안 당하려고, 헉헉거리며 살다보면, 너도 나도 다들 미쳐버린다. 그리고 이러한 세상이야말로 더러운 영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을 향해 예수께서는 사자후를 내던지신다 : «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 얼르고 달래서 통하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더러운 영은 내쫓아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신다. 이러한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권위를 느꼈다고 오늘 복음은 증언한다. 참된 권위는 진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한 집안뿐만 아니라, 교육에도, 경제에도, 종교에도, 나라를 이끌어 가는 데에도 권위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권위의 바탕은 진리다. 진리를 바탕에 두지 않는 권위들은 모두다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교육이 이렇게나 불안정한 이유는 진리에 바탕을 두지 않고 이기적인 출세지향에만 바탕을 두었기 때문이다. 정치가 어지러운 것도 마찬가지다. 백성과 나라를 위해 바른 권력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고 온갖 부당한 권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어느 순간 무너져 버린 것이다.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부모들이 자녀들을 위해서 그렇게나 많은 것을 투자하고 헌신하면서도 원하는 열매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권위 있는 모습으로 참 진리를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내 자식을 위해서 100 만큼을 헌신한다고 할 때 나를 낳아주고 키워주신 부모님을 위해서는 얼만큼 헌신하고 있는가? 지금의 자녀들은 당연히 부모보다는 그들의 자녀들에게 헌신할 것이다. 그런 모습만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부모에 대한 효를 성심 성의껏 실천해 왔다면 그 모습을 보고 자란 자녀는 당연히 그 부모를 성심껏 모시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을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하면서도 낳아주신 부모들에게는 소홀하다. 그러면서 자녀에게는 덕과 효를 가르친다. 이런 모순된 모습이 부모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리는 것이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격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올바른 권위는 진리에 바탕을 두며, 참 진리는 말할 것도 없이 하느님이다. 우리가 이 혼란의 시대를 수습하고 더욱 성숙한 가정과 사회와 나라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진리에 바탕을 두고 진리를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새로운 권위와 질서, 또 안정은 참 진리이신 하느님께 바탕을 두면 된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국민 4천 5백만을 모두 신자가 되게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참된 종교들이라고 세상이 인정하는 곳들에서, 인간을 이롭게 하는 훌륭한 가치관들과 세계관들에서 말하는 참된 진리들을 바탕을 두고, 그 진리들을 실제 삶 속에서 살아 가면 된다. 우리 시대의 이 혼란스러운 여러 모습들은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진리에 바탕을 둔 권위 앞에서만 수습될 수 있다.

그렇다. 하느님의 말씀을 품고, 그 말씀을 실천하는 곳에 참 권위가 살아 움직인다. 혼란 중에도 그리스도의 빛을 비추어 참 진리를 심어나가는 곳에 밝고 아름다운 미래가 펼쳐진다. 그런데 참으로 이 간단한 진실이 실제 삶 속에서 드러나려면, 참으로 어렵다. ‘어렵다, 힘들다’, 그러면서 또다시 차일 피일 미루는 나를 두고, 하느님은 무어라 하실까? 오늘 복음은 나에게 더 이상 미루지 말라고 채근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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