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일 연중 제22주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 암 하아렛츠 »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이다. 땅의 백성이라는 히브리말이다. 그런데, 이 단어를 적어도 이스라엘 성지 순례에 가서는 절대로 써서는 안된다. 몽둥이찜질을 당할수도 있고, 집단 린치를 당할 수도 있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 단어에는 율법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땅버러지들이라는 의미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바리사이들은 율법과 계명을 지키지 않는 자들을 « 암 하아렛츠 »라고 불렀다. 왜 율법과 계명을 지키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하느님을 향한 마음이 식어서, 혹은 게을러서 그랬을 거라고만 여겼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바리사이들이 하루 벌어 하루 살이하는 사람의 힘듦을 과연 알까 ? 일주일 내내 뼈빠지게 일하고, 직장 동료나 직장 상사 혹은 부하들 때문에 일주일 내내 스트레스 받으며 살아온 사람이 일요일만이라도 집에서 좀 쉬고 싶다는 그 마음을 헤아릴 수나 있을까 ? 이놈의 직장 다 때려 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번이고 일지만, 가족들 생각에 가슴 삭이는 이들의 아픔을 공감할 수나 있을까 ? 주일미사에 참석하라는 것이 계명이고 율법이지만, 주일미사에 참석하기가 어려운 이들도 분명 있다. 사랑을 실천하고, 자비를 실천하라고 하지만, 그 사랑의 대상이 되고, 그 자비의 대상이 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알까 ? 주일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그 죄 때문에, 신심단체에 가입해서 자신의 신심도 고양시키고, 봉사활동도 하고, 주님이 가신 사랑의 길을 따라 가고 싶지만, 주어진 현실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나도 못나 보이고, 그러한 자신이 죄인이라고 여기면서 고해소에 들어가기가 너무나도 힘겨운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까 ? 가난이 죄가 되는 이 나라 이 땅에서 이렇다 할 학벌도 없고, 내세울 집안도 없고, 소위 빽도 없는 이들은 고해소마저도 마음 놓고 들어가지 못하고 있음을 그들은 알고나 있을까 ?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은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따르고, 자신이 해석한 바를 철떡같이 올바른 진리라고 믿고, 그것이 마치 하느님의 뜻인 양 실천하려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하느님의 자리를 탐하는 것, 바로 우상숭배이다. 남이야 뭐라고 하건 나는 교무금도 확실히 내고, 헌금도 매주 내고 주일미사도 꼬박꼬박 참석하고, 레지오나 각종 신심단체에서도 활동 열심히 하고, 내 가족들 모두 다 세례 받게 해서, 성가정을 이루었다는 이들, 그러면서 ‘나는 이렇게 하는데, 왜 너는 못하느냐’고 나무라는 이들, 이들의 행동과 말과 삶이야말로 하느님의 아들이 늘 경계하라고, 위선자라고, 회칠한 무덤이라고 꾸짖던 바리사이들의 행동이요, 바리사이들의 말이요, 바리사이들의 삶이다. 이러한 바리사이들에게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다. 역지사지라는 말의 참뜻도 알지 못한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지난 주 복음에서 우리는 « 도대체 저렇게 말씀이 어려워서야, 저 말씀을 누가 따를 수 있단 말인가 » 하며 떠나간 사람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보며, 예수께서는 물으셨다. « 내 말이 당신들 귀에 거슬립니까? 여러분도 나를 떠나겠습니까?» 오늘 복음도 우리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고, 우리들을 쥐어 흔들며 이렇게 묻는다. « 어떻게 하겠습니까 ? 바리사이들처럼 살겠습니까 ? 내 말이 비위에 거슬리고 심기를 불편하게 하니, 여러분도 떠나겠습니까 ».
분명히 새겨두자. 어중이 떠중이들은 모두 예수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