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2일 연중 제19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큰 일을 하려는 사람은 작고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지 말라는 말을 사람들은 곧잘 한다. 요즈음은 집안의 허드렛일, 중요한 일을 남녀가 구분하지 않고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30년 전만 하더라도, 집안 일에 남자는 열외였다. 아들은 정지(부엌)에도 들어가서는 안되었고, 설거지도 해서는 안되었다. 우리 집안의 경우는 예외였다. 조부모와 함께 살았던 나의 어린 시절, 우리 집에는 남자 일, 여자 일이라는 게 따로 없었다. 할아버지부터 새벽에 일어나시면, 온 집안을 걸레로 닦으셨다. 아버지는 집마당과 대문 밖 골목길을 대비로 쓸었고, 나와 동생은 쓰레기차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쓰레기를 대문 밖에 갖다 내놓았다.
설거지도 곧잘 했지만, 내가 신학교에 간 이후로 방학마다 집에 돌아오면, 어머니는 나에게 다른 일은 다 시키셨지만, 설거지와 빨래만큼은 못하게 하셨다. 신학교에서 매일 할 것이고, 앞으로 신부가 되면 평생 설거지와 빨래는 할 것이니, 특혜를 받은 셈이었다. 내 동생은 설거지와 빨래에서 열외된 나를 시기하기도 했지만, 한마디를 꼭 쏘아 붙였다 : « 그래, 형님 니는 장가도 못 가니까, 내가 대신 해주께 »
하느님 나라를 지상에서 구현해 내는 일, 멀리 계실 줄 알았던 하느님, 인간사에 별로 신경도 쓰지 않으실 줄 알았던 하느님이 늘 인간과 함께 계신다고, 그것도 가장 가난하고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계신다는 이 복음을 전하는 지상대업을 이루셔야 할 분이, 한낯 성전 세 하나 때문에 발목을 잡혀서야 되겠는가 ? 하는 생각도 들지만, 예수님은 자그마한 일에도 정성을 다하려고 노력하셨다.
우리가 방금 들었던 오늘 복음은 신약성경의 4복음서들에서 오직 마태오 복음에만 나오는 대목이다. 성전세를 내야 하는가 ? 낼 필요가 없는가 ? 라는 물음이 오늘 복음의 중요한 질문처럼 여겨지지만, 나는 오늘 복음을 읽고 묵상하면서 퍼뜩 성경의 이 구절이 떠올랐다 : « 잘하였다. 착하고 충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실하였으니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마태 25,21).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나태주 라는 시인이 쓴 « 마당을 쓸었습니다 »라는 시가 오늘 강론을 준비하면서 내 심장
가까이 훅하고 들어왔다. 이 시를 함께 나누면서 오늘 강론을 끝맺고자 한다.
마당을 쓸었습니다.
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 속에 시 하나 싹 텄습니다 /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 속에 시 하나 싹 텄습니다 /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