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9일 연중 제18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한다는 것, 복음을 믿는다는 것은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예수의 길을 걷고, 그분을 닮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또 하나의 예수가 된다는 말이다. 오늘 복음은 우리들에게 그 또 하나의 예수가 되는 길을 제시한다. “누구든지 예수의 뒤를 따라 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를 버린다, 제 십자가를 진다, 예수를 따른다.” 말은 간단하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자기를 버리고, 자기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른다는 것, 이것이 과연 복음, 기쁜 소식일까?

먹고 사는 게 힘들어서, 삶의 주변자리가 너무나도 힘들어서 그저 마음만이라도 평안했으면 하고 성당을 찾고, 예배당을 찾는 사람에게 과연 오늘 복음이 복음으로 다가올까? 사는 것 자체가 죄라는 생각이 온몸을 억누르고 있는 사람에게, 오늘 복음이 과연 복음으로 다가올까?

나를 버리고 내 십자가를 지고 그분을 따르면 뭐가 나아질까?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내 가족들이 무슨 덕을 보게 될까? 그렇게 살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라는 말을 하지만, 도대체 영원한 생명이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이런 고생을 찾아가면서 해야 되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만일 이런 생각이나 느낌들이 한번이라도 들었다면, 모순같이 들리겠지만, 또 함부로 말하기가 송구스럽고, 정말 조심조심해서 해야 할 말이지만,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자는 그 길이 고생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그 생각이나 느낌들은 ‘나만을 위하는 나’에서 ‘너를 향하고자 하는 나’로 발돋움하게 하는,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 사랑 때문에 십자가를 지고, 그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그리스도를 닮아보려고, 그분이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을 걸어보려고 하는 나로 변화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해마다 부활 성야가 되면, 우리가 듣는 부활 찬송에 이런 말이 있다. “참으로 필요했네, 아담이 지은 죄, 그리스도의 죽음이 씻은 죄, 오 복된 탓이여, 너로써 위대한 구세주를 얻게 되었도다” 이 말을 조금만 바꾸어서 오늘의 우리 현실과 비교해서 말해보자면, 우리가 살아 가면서 겪게 되는 아픔과 고통은 그것이 나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아닌 너를 사랑함으로 인해 얻게 되는 것들일 때에는 그 아픔과 고통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고 계심을 알게 해주었으니, 그 아픔과 고통은 복된 것, 참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인생길은 어떤 영광을 얻기 위해 달려가야 하는 길은 아닌 것 같다. 인생길은 어떤 부귀영락을 누리기 위해 달려가야 하는 길도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인생길은 그분께서 보여주신 사랑을 배우고, 그분께서 베푸셨던 사랑을 받은 우리가 다시금 그 사랑을 세상에 내어놓는 길인 것 같다. 그래서 인생길에서 우리가 나 아닌 너를 위해서 흘리는 땀방울과 눈물들은 사람이 되신 사랑의 하느님이 흘린 땀방울과 눈물들과 같은 것임을 깨달아 가는 길인 것 같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오고 있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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