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6일 화요일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어린 시절에 어른들이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나는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되고 싶은 것이 참 많았기 때문이었다.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동네 의사 선생님을 보면, 의사가 되고 싶었고, 몇 가지 도구로 뚝딱뚝딱 거리면서 신기한 물건을 만들어 내고, 라디오도 조립하던 동네 아저씨를 보면, 발명가가 되고 싶기도 했다. 그러다가 수퍼맨이라는 영화를 보고는 커서 수퍼맨이 되고 싶었다. 수퍼맨이 되고 싶었던 꿈은 내 초등학교 시절 전체 동안 늘 꿈꾸어 왔던 나의 장래 희망이었다.

데일리 플라넷이라는 신문사에 평범한 기자가 된 클라크 켄트였지만, 주변에 위험한 일, 불의한 일들이 일어나면, 수퍼맨으로 변신해서 온갖 착한 일, 올바른 일을 하던 수퍼맨, 그 영화는 내 어린 시절의 우상이었고, 그래서 때로는 그의 말투나 동작도 흉내 내어 따라 하기도 했다. 중학생이 되면서, 여러 가지 과학 지식을 알게 되고, 평범한 인간이 수퍼맨과 같은 파워를 지니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수퍼맨이 되고 싶었던 꿈은 접었지만, 수퍼맨의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 지구와 가난하고, 힘없고, 버림받은 이들을 향한 그의 사랑은 늘 나의 기억에 남아 있다. 그리고 감히 이렇게도 말해 본다: “내 안에 수퍼맨 있다”고 말이다.


오늘 우리는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을 지내고 있다. 사실, 주님께서 거룩하게변모하셨는지, 그리고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이 역사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들어야 하는 것은 오늘 복음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오늘 복음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오늘 복음은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구세주라고, 하느님이라고 고백하는 신앙인들의 신앙고백이라는 것이다.

자기들의 스승인 예수님을 참으로 거룩한, 얼굴과 옷이 새하얗게 광채가 넘치는 하느님의 모습으로 만났다는 것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이후 영광스럽게 되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체험과 더불어서 예수님께서 지상에서 살아계실 때에도 이미 하느님의 아들이며, 완전한 신성을 갖추신 분이라는 것을 알리고, 그 예수님에 대한 신앙 고백을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변모 이야기에서 모세와 엘리야가 언급이 되는 것은 예수임의 삶이 예언자들의 삶과 일맥상통하였다라는 내용을 알려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초대교회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제기되고 있는, 예수님의 신원 혹은 예수님의 정체에 대한 물음들 가운데, 예수께서는 언제부터 신이 되었나? 라는 물음이 있다. 원래 예수는 한낯 인간에 불과했지만,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 비로소 하느님의 아들이 되었다는 이야기들이 존재해 왔었다. 이런 이단에 대한 종지부를 찍는 이야기가 바로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주님 변모 축일에 우리가 들은 예수님의 변모 이야기이다.

예수님께서는 그 탄생에서부터, 아니 세상 창조 때부터 이미 하느님의 아들, 성자 하느님이다. 예수라는 분이 하느님의 말씀을 제대로 잘 알아듣고, 잘 살고, 좋은 일 많이 하고, 선하게 살고, 나아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는 그런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상으로 하느님의 아들로 들어 높임을 받으신 것이 아니라, 이미 당신 생애와 그 훨씬 전에도 하느님으로, 하느님의 말씀으로, 하느님과 함께 존재하셨던 분이라는 초대 교회의 신앙을 오늘 복음이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본 모습이 드러난 사건 이야기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은 우리들의 본 모습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성찰을 해 보라고 권고한다. 사실 우리들 속에도 하느님의 모습이 들어있다. 하지 말아야겠다는 짓들은 서슴없이 또 저지르고, 해야겠다는 일은 죽어라 미루어놓는 연약하디 연약한 인간이지만, 우리 안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이라는 모상이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귀하게 숨겨져 있다. 그리고 이 사실이야말로 이루 말할 수 없이 죄 많은 나를 거룩하다 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이다.

잠시 내 안을 들여다보자. 우리는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하느님이라는 보석이 숨겨져 있는 귀한 사람들이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사람들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누구를 닮았는가? 사람들이 나를 보고 누구를 닮았다고 하는가? 참 인간답다고 하는가? 참 선하다고 하는가? 참 아름답다고 하는가? 나를 통해서 사람들이 하느님을 만난다고 하는가? 아니면, 왠지 다른 사람, 아니면, 무늬만 사람일뿐이라고 하는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4 2024년 8월 5일 연중 제18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0
» 2024년 8월 6일 화요일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0
202 2024년 8월 7일 수요일 엄익성 레오 장례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3
201 2024년 8월 8일 목요일 성 도미니코 사제 기념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0
200 2024년 8월 9일 연중 제18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0
199 2024년 8월 11일 연중 제19주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0
198 2024년 8월 12일 연중 제19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0
197 2024년 8월 13일 연중 제19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1
196 2024년 8월 14일 수요일 성 막시밀리아노 콜베 사제 순교자 기념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0
195 2024년 8월 15일 목요일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1
194 2024년 8월 16일 금요일 임애열 아나다시아 장례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5
193 2024년 8월 18일 연중 제20주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2
192 2024년 8월 25일 연중 제21주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2
191 2024년 8월 26일 연중 제21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3
190 2024년 8월 27일 화요일 성녀 모니카 기념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1
189 ​​​​​​​2024년 8월 28일 수요일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 학자 기념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1
188 2024년 8월 29일 목요일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3
187 2024년 8월 29일 목요일 이재숙 모니카 장례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21
186 2024년 8월 30일 연중 제21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2
185 2024년 9월 1일 연중 제22주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4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