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5일 연중 제18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강론을 준비하면서 마음이라는 단어에 내 시선이 꽂혔다. 오늘 복음은 제자들의 마음과 예수님의 마음을 대비하고 있다. « 외딴 곳이고, 시간도 이미 지났다 »고, 그러니 « 군중을 돌려보내시라 »고 말하는 제자들의 마음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누울 자리 봐가며 다리 뻗으라는 말을 그대로 실천하는 제자들이다. 밥까지 쫄쫄 굶어가면서 예수님을 따르는 군중들이 불쌍하긴 하지만, 이들을 다 먹일 수는 없었을 터이니, « 스스로 먹을 거리를 사게 하라 »며 예수님께 볼멘소리를 한 셈이었다.
외딴 곳에다, 시간도 이미 많이 지났다면, 해가 지는 저녁 무렵이었을 것이다. 외딴곳에서 마을로 돌아가는 데에도 시간이 제법 걸렸겠지만, 설사 마을로 가더라도 먹을 거리를 살만한 데도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제자들의 마음은 수혜자 지불 원칙이라는 논리를 떠올리게 한다. 무언가를 누리려면, 누리려는 사람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는 게, 수혜자 지불 원칙이다.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논리다. 하느님의 집이라는 교회 안에서조차 이 원칙을 들먹이는 사목자들과 수도자들이 있다. 하느님의 집을 찾는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다 내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가 원하는 것은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적어도 하느님의 집을 찾는 사람들에게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 복음의 제자들의 마음은 적어도 예수라는 분을 주님으로 받아들이고 그분을 믿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본받아서는 안 되는 마음이다.
예수님은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고 했다. 그 군중들을 그저 먹을 거리나 찾는 족속으로 여기는 제자들을 보시고는 어떤 마음이 드셨을까 ? 오늘 복음에는 예수님이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에 대해 한마디 언급이 없다. 그렇지만, 예수님의 이 말씀을 통해 우리는 예수님의 마음을 짐작하고 헤아려 볼 수 있다. 바로 « 여러분이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시오 »라는 말씀이다. 예수님은 눈 앞의 현실만을 중시하던 제자들의 마음 심보를 이 말씀 하나로 바꾸셨다.
예수님은 군중들을 믿었다. 그들은 목자 없는 양들과도 같았지만, 목자가 있으면 분명 훌륭한 양들로 변화되리라는 것을 믿었다. 이 믿음의 증거가 바로 오병이어의 기적이다. 제자들이 가지고 있던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받아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서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시니, 군중들도 예수님과 똑같이 자신들이 가진 것들을 서로 나누었고 결국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을 뿐만 아니라, 남은 조각만 해도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고 오늘 복음은 증언한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야훼이레라는 말이 있다. 하느님께서 먹을 것을 마련해주신다는 뜻이다. 어제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 « 당신들은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시오 »(요한 6,27)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은 바로 예수님의 마음이다. 예수님의 마음을 우리가 본받으려 노력하며 살아갈 때, 분명 하느님은 우리에게 먹을 것을 마련해주신다. 야훼이레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야훼이레의 깊은 의미를 깨달으라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