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2일 연중 제17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미운 털이 박히면, 뭘 해도 다 밉다는 말이 있다. 개인과 개인 간의 관계 속에서 미운 털이 박히는 것은 상대방이 나에게 잘못된 말이나, 행동들을 지속적으로 해댔을 때, 혹은 나에게 육체적,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지속적으로 입혀 왔거나, 나의 자존심을 툭하면 건드리고, 나의 심기를 자주 불편하게 만들어 왔을 때, 그럴 때에 생긴다.
그런데 개인과 개인 간의 관계를 넘어서서 있는 자들과 없는 자들 간에 생겨 난 서로를 향한 미운 털, 지역간의 갈등으로 말미암는 미운 털들은 많은 경우, 한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만든 것들이다.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그 출신지가 어디냐에 따라서, 그 사람들을 곁눈질로 보기도 하고,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는 곳들에서 주먹 쥐고, 하늘 향해 목이 터져라 외치는 사람들을 싸잡아서 빨간 낙인을 찍어 버리기도 한다.
오늘 복음은 우리들에게 예수님에 대한 선입견으로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예수와 동향인 사람들의 융통성 없음을 고발한다. 그런데, 사실 오늘 이야기는 비단 2천 년 전, 갈릴래아 나자렛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선입견이 판을 치는 곳에서는 하느님의 아들도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오늘복음이 이를 증언한다: « 그곳에서는 기적을 많이 일으키지 않으셨다 ».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건, 세상이 만든 선입견이건, 선입견은 사람을 옹졸하게 만들고, 융통성 없게 만들고, 그가 속해 있는 사회도 그렇게 만들 위험이 있다. 더 나아가 그 선입견은 분열을 일으키게 하고, 불특정 다수를 싸잡아 비난하게 하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증오하게 할 수도 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맑고 푸른 하늘처럼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 선입견에 놀아 나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 하늘을 닮은 사람, 맑은 눈을 가지고, 열린 귀를 가진 사람이 참으로 많이 그립다. 그저 그런 사람을 그리워하기 보다는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든다. 오늘 복음, 나에게는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