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9일 월요일 성녀 마르타와 성녀 마리아와 성 라자로 기념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오늘 복음의 이 이야기는 주님과 마르타, 마리아 그리고 라자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은 2천 년 전, 저 멀리 적어도 여기서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살았던 남들의 옛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이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들이며, 이 이야기의 등장인물들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 주님, 주님께서 여기에 계셨더라면 제 오빠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 (요한 11,21;32)라는 마르타와 마리아의 말은 2 천 년 전, 그녀들만의 것이 아니다. 죽음이 임박한 신자의 가족들이 종부성사를 청하며 신부를 애타게 기다리는 그 안에도, 태어나 처음으로 큰 시험을 치르는 자식에게 안수라도 해주기를 바라는 부모의 그 애타는 마음 안에도, 군대 가는 첫아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며 간절히 신부의 손을 꼬옥 쥐는 부모의 그 손가락 끝에도 마르타와 마리아는 있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람들로부터 오해 받으며 살아갈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목 매인 한숨 속에도, 세상의 부조리 속에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느냐고 피 멍든 가슴에서 목이 찢어질 정도로 절규하는 노동자들의 부르짖음 속에도, 국민의 주권이 무시되고, 강압과 불평등, 그리고 불의와 부정, 조작, 은폐 속에서 거짓된 삶을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흘러나오는 눈물과 한숨 속에도 마르타와 마리아는 있었다.
 

대추리에도, 한강 두물머리에도, 제주 강정에도, 밀양에도, 평택에도, 부산 영도에도, 울산 명촌에도, 대한문 앞과 광화문 광장에도, 거제도에도, 새만금에도 서럽도록 눈물 나는 이 땅 어느 곳에나 마르타와 마리아는 있었고, 그들은 언제나 미안한 마음으로, 고마운 마음으로, 때로는 노기 띤 마음으로, « 신부님, 신부님들이 함께 해 주세요. », « 신부님들이 계셔 주셔야 돼요. »라며 2천년 전의 마르타와 마리아의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나는 2001년 2월 1일, 사제서품을 받고, 신부가 되었다. 마치 신의 대리자라도 되어버린 듯한 한순간의 신분의 상승(?)은 22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에게 크나큰 어려움이다. 하느님을 찾지 않을 수 없었고, 하느님께 나의 무능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무능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르타의 이 말을 또다시 기억한다: « 하느님께서는 주님께서 청하시는 것은 무엇이나 들어주신다는 것을 저는 지금도 알고 있습니다 »(요한 11,22). 세상의 길을 걷기보다는 주님의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신부인 저도, 때로는 그저 눈앞의 것에 매달려, 세상의 논리에 빠져 있었음을 고백한다. 

인간의 연약함과 나약함을 지닌 채로, 그러나 주님 현존을 드러내는 성사가 곧 신부이기에 신부가 아파하는 이들과 함께 아파하면, 바로 그 아픔을 통해서, 주님은 기적을 일구어 내신다. 라자로에게 하셨던 그 말씀, «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 »(요한 11,43)라는 이 말씀이 나에게도 허락되기를 바래본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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