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8일 연중 제17주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오병이어, 빵 다섯개와 물고기 두 마리. 이름 모를 소년이 가지고 온 이 재료로 예수님은 장정만도 5천명이 넘는 사람들을 먹이시는 기적을 오늘 연중 제17주일 복음으로 들었다. 오늘 복음의 기적 사건을 마치 하늘에서 빵이 펑펑 쏟아진 마술처럼만 이해한다면, 이 기적 이야기는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신화나 전설이 되어 버린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마음, 곧 굶주린 이들에게 빵을, 생명을 주려 하는 마음, 그리고 굶주린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시는 측은한 마음을 우리들에게 증언한다.  

 배고픔도 잊은 채, 자기를 따르는 목자 없는 양들과 같은 군중을 참으로 가엾게 여기는 예수님, 허기진 군중을 배불리 먹이기를 바라는 예수님, 백성이 진정으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들으려고 하고,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그저 빵이 아니라, 함께 나눔으로써 얻게 되는 행복임을, 그럼으로써 소통의 모범을 보여주시는 예수님, 이러한 예수님의 마음이 복음이요, 이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우리 역시 예수님의 그런 마음을 품고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세상사람들은 말한다. 어줍잖은 동정심이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더 가난하게 하고, 세상일을 더 망친다고. 잘난 사람들은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말까지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얼마나 사람들을 도와 줘 보았느냐고, 사람들을 도와주고 나서 그런 말이라도 하느냐고 말이다. 원칙과 법이라는 것이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냐고 말이다. 책상 앞에 앉아서 머리만 굴리면, 결코 사람을 알 수 없다. 사람은 만나야 하고, 시간과 공간을 함께 공유해 보아야 조금씩 알아간다. 나누면, 나눌수록 없는 사람들은 더 달라고, 더 내놓으라고 말하는 뻔뻔함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나눔은 우리들에게 우리보다 더 못해 보이는 사람들을 향하게 한다. 그리고 실제로 나눔을 통해서 우리가 배우는 것은 우리보다 더 못해 보이는 사람들이 결코 우리보다 못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이 참으로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렇게 하도록 창조된 것이 인간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세상의 기적들 가운데, 가장 어려운 기적은 옹졸하고 고집 센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이라 한다. 세상에 빵이 부족해서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지구 저편의 사람들이, 저 북쪽의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핑계, 저 핑계로 나눔을 주저하는 우리들의 굳게 닫힌 마음이 그들을 더 고통스럽게 한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 그 분의, 굶주린 이들을 향한 측은한 마음을, 진정 소통하고자 하는 그 마음을 우리가 알아차릴 수 있다면, 오늘 복음이 전하는 5천명을 먹이신 기적은 오늘날도 계속될 수 있는 기적이다.
 
 이 기적을 우리 함께 일구어 보지 않으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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