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6일 금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부모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 기념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30년도 더 전에 부산교구에서는 주일학교 학생들을 위한 교리 경시대회라는 것이 있었다. 부산 교구 내 모든 본당의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치러졌던 일종의 교리 시험이었다. 교리 경시대회가 치러질 즈음에는 한달 정도 전부터 각 본당의 주일학교 선생님들은 예상 출제문제들을 뽑아서 주일학교 학생들에게 교리 시간마다 그 문제들을 풀게 하셨다. 각 본당의 평균점수가 그 본당의 주일학교 교리교육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교리 경시대회는 주일학교 선생님들에게 언제나 두통을 일으키게 하는 장본인이었다. 교리 경시대회 시험문제 중에 반드시 빠지지 않고 나왔던 문제가 마리아의 부모님은 누구이신가 ? 라는 물음이었다. 정답은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이다.

요아킴과 안나는 주님 안에서 경건하게 살아가던 사람이었고, 주님의 계명을 잘 지키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재산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한 부분은 성전에 바치고, 다른 한 부분은 순례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몫으로 바쳤다. 또 나머지 한 부분을 자신들의 생활을 위하여 간직하였다. 이 부부는 결혼해서 20년이 훨씬 지난 다음에야 겨우 아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예수께서 탄생하시던 그 무렵의 이스라엘에서는 부부가 아기를 가지지 못하면, 그 부부는 하느님께로부터 은총을 받지 못한 부부로 여겨졌었다. 요아킴과 안나 역시 결혼을 하고도 20년을 넘게 아기가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많은 멸시를 받아야 했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대부분의 경건한 유대인들은 해마다 큰 축제일에 예루살렘 성전을 방문하고 성전 순례를 갔었다. 요아킴도 그 전통을 따라서, 한해에 최소 3번 예루살렘 성전으로 순례를 가곤 했다. 어느 해, 예루살렘 성전 봉헌축일에 요아킴은 예루살렘 성전을 방문하고, 성전에 들어가 제단 앞에 서서 준비해온 제물을 봉헌하려 했다가, 대사제로부터 심한 꾸중을 들었다. 그 대사제는 요아킴에게 자식도 없는 주제에, 자격도 안되는 사람이 감히 주님의 제단앞에 나왔다고 모질게 꾸짖고, 요아킴을 문전박대 해버린 것이었다. 

이러 저러한 수모를 겪으면서도 요아킴과 안나는 결코 하느님을 떠나지도, 하느님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셀 수 없을 만큼의 인고의 세월 후에 결국 요아킴과 안나는 아기를 가지게 되었는데, 그 아기가 바로 장차 예수의 어머니가 될 마리아였다.

성경에는 요아킴과 안나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마태오 복음과 루가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족보에도 그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다만, 교부들의 문헌에 담겨 있는 성전(聖傳, 거룩한 전통)에 나오는 인물이다. 하지만, 요아킴과 안나의 인격과 덕성은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둘러 싸고 있는 분위기로 충분히 추정해 볼 수 있다. 가브리엘 대천사가 방문하면서 구세주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듣고 보여주었던 의사 결정에 대한 마리아의 결단력, 마리아의 끊임없는 기도 행위, 율법에 대한 모범, 위기의 순간에 드러나는 확고 부동함, 친척들에 대한 헌신, 등, 이 모든 것들은 마리아가 참으로 훌륭한 가정에서 자라났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요아킴, 안나, 그리고 마리아로 이루어진 그 가정은 과거의 가장 좋은 것들을 간직하면서도 다음 세대를 기꺼이 기다리는 화목하고 굳게 뭉쳐진 가정이었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요아킴과 안나 축일은 조부모님의 축일이기도 하다.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 기념일은 다가올 세대를 위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조부모님의 책임임을 일깨워 주는 날이다. 사실 조부모는 전통을 실천하고, 그 전통들을 하나의 약속으로 자녀들에게 제공해 주는 존재다. 또한 동시에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이 축일은 젊은 세대에게도 하나의 메시지를 전해 준다. 나이든 사람들의 폭넓은 생각, 심오한 경험, 원숙한 생활리듬에 대한 이해 등은 바로 지혜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젊은이들에게 상기시켜 주는 것이다.   

이 미사에 참석하신 큰형님, 큰누님들께 부탁말씀 하나 드리고 싶다. 손자, 손녀, 외손자, 외손녀에게 사랑한다는 문자 한번 보내 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조금 젊은 분들에게도 부탁 말씀 하나 아이들의 할아버지, 할머니께 안부 전화 해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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