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5일 목요일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예수님의 12 사도들 가운데, 야고보는 2명이 있는데, 하나는 알패오의 아들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제베대오의 아들이다. 오늘 우리가 경축하는 야고보는 제베대오의 아들이고, 흔히 대 야고보라고 불리는 분이다. 야고보 사도는 동생인 사도 요한과 함께 아버지를 도와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어부로 일하고 있다가 주님을 만나고, 그분의 부르심을 받고는 베드로와 안드레아와 동생 요한과 함께, 배와 아버지를 그대로 내버려 둔 채, 예수를 따라갔던 분이다.
복음서에는 야고보 사도의 성격을 잘 알려주는 2가지 사건이 있다. 첫 번째 사건이 바로 오늘 복음에 나오는 사건이고, 두 번째 사건은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가시던 길에 일어난 사건이다. 예수와 제자들을 영접하지 않은 불친절한 사마리아 사람들을 보고 야고보 사도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 “주님,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내리게 하여 그들을 불살라 버릴까요?”라고 말했는데, 이 말을 한 야고보를 예수께서는 호되게 질책하셨다는 사건이다.
성격이 불 같았기 때문에, 때로는 불화의 원인도 되고, 또 나대기 좋아하는 인품 때문에, 많은 상처도 주었지만, 투박한 질그릇 같이, 순수했던 야고보 사도는 주님의 부활과 승천 후에 12 사도들 가운데 맨 첫 번째로 순교하신 분이다. 오늘 야고보 사도 축일에 교회는 참 짓궂게도 야고보 사도와 야고보 사도의 제자들에 의해 설립된 초대 교회 공동체에 감추고 싶은, 다소 부끄러운 사건을 오늘 복음으로 제시한다.
치맛바람 들면 자식새끼 망치는 것은 오뉴월 밥 쉬는 것보다 빠르다고 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제베대오의 부인(살로메로 알려져 있다)은 자기의 두 아들들을 출세시키려고 연줄을 엮으려 한다. 제베대오의 집안은 다른 사도들보다 쩐 사정이 한결 나았다. 마르코 복음에 보면, 예수께서 제베대오의 두 아들들을 부르실 때, 아버지와 삯꾼을 배에 남겨둔 채 예수를 따라 나섰다(마르 1,20)고 하는데, 사람을 사서 뱃일을 할 정도면 먹고 살만 했다는 소리다. 그런데도, 제베대오의 두 아들의 어머니는 예수 앞에 넙죽 엎드리며, 청탁을 한다. 그런데, 생판 얼굴도 모르는데 그렇게 청탁이 가능할까? 그리고 청탁의 내용을 보면, 자기의 두 아들 중에 하나는 좌의정 자리에, 다른 하나는 우의정 자리에 앉혀 달라고 하는데, 예수님과의 첫 대면에 이런 말이 나올 수 있겠나?
복음서의 정황들로 짐작하건대, 제베대오의 집안은 꽤 살만 했고, 자식들이 용한 선생 만나서 집도 절도 없이 떠돌아 다닌다고 하니, 그 두 아들들의 어미가 가만히 있었을 리 만무했을 것이다. 자식들과 자식들의 동료, 그리고 그들의 스승에게 공양도 하고, 상당부분 재정적인 도움도 주었을 것이다. 평소에 그렇게 밑밥을 뿌려 놓았으니, 이제 쐐기를 박아야겠다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스승이라는 자가 세 번이나 자신의 죽음과 그 죽음 이후의 영광에 대해서 말했으니 말이다.
자기의 두 아들밖에 모르는 이 어미에게 죄가 있다면, 제 자식 귀한 줄만 알았지, 남 자식 귀한 줄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 어미에게 예수께서 « 무엇을 원하는 거요? »라고 물으시면서 당신의 안타까움을 내비치신다. 그 어미의 바램 때문이었을까? 첫째 아들 야고보는 열두 사도들 중에 가장 먼저 순교를 했고, 둘째 아들 요한은 사도들 가운데 마지막까지 살아 남아 길고도 긴 유배 생활을 하면서 맨 마지막 복음인 요한 복음을 썼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세상을 잘 살아간다는 사람들, 출세한 사람들이 모두 하느님 나라에서도 잘 사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살면서도 하느님의 방식으로 잘 사는 사람이라야 하느님 나라에 들어 갈 수 있다. 끈, 연줄, 이런 것들은 하느님의 방식이 아니다. 굳이 우리가 잡아야 할 끈이 있다면, 하느님의 자녀라는 끈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끈으로, 연줄로 한 자리 잡아 보겠다는 이들, 조금이라도 편하게 인생 살고 싶다는 이들, 그들에게 오늘 복음은 경종을 울린다. 오늘 복음의 주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읽는 것으로 오늘 강론을 끝맺겠다. «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립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그래서는 안되오. 여러분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여러분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오. 또 여러분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여러분의 노예가 되어야 하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제 목숨을 바치러 온 것이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