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회개

오늘은 연중 제22주일이고 동시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정한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입니다. 오늘부터 다음달 10 4일까지 교회는 창조 시기라는 이름의 한달을 지냅니다. 이 시기 동안에 교회는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지키기 위해 함께 기도하고 행동하며 이웃들과 함께 연대합니다. 오늘 특별히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지키기를 다짐하며 이 미사를 봉헌하면 좋겠습니다.  또한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인 오늘, 2015년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발표하신 <찬미받으소서>라는 제목의 가르침을 함께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재작년에 매 주일마다 주보로 <찬미받으소서>요약문을 함께 읽기도 했습니다. 오늘 교황님의 가르침을 다시 되새기며 묵상하도록 하겠습니다.

교황님께서 이 가르침을 펴내신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 정확히 말해서 지구 온난화입니다. 지구 온난화란, 지구의 평균 온도가 계속해서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지구의 온도가 1, 2도가 더 올라가도 자연계에는 엄청난 일들이 벌어집니다.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아 바다의 수면이 올라갑니다. 그럼으로써 바다 생태계가 교란됩니다. 오늘 하루에도 지구상에는 죽어가는 생물종이 엄청납니다. 우리 체온이 1, 2도 올라가면 우리 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생각해보면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지구과학자들은 지금보다 지구의 온도가 4도 더 올라가면, 지구의 70%가 사막으로 변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지나친 에너지 사용과 쓰레기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우리 역사상 여름을 가장 시원하게 보내고 있고, 겨울을 가장 따뜻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과거 그 어느때보다 우리가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만들어 냅니다. 우리가 버리는 모든 것이 쓰레기가 됩니다. 입던 옷도, 먹던 음식도, 공장에서 버리는 모든 것도 쓰레기가 됩니다. 핵 에너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핵 발전소에 들어가서 나온 모든 것, 핵 방사선에 노출된 모든 것이 쓰레기가 됩니다. 핵 폐기물은 현재의 과학과 기술의 능력으로는 없앨 수가 없습니다. 그냥 땅에 묻어 놓는 것 말고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물도 예외가 아닙니다. 일본의 핵 오염수가 바로 이것입니다. 안전하다면 자기 땅에 버리고 묻으면 되지 왜 바다에 버리겠습니까. 사실 이미 우리나라에도 경주에 방폐장, 다시 말해서 방사능 폐기물 저장소가 있습니다. 더 나가서 시간이 지나면 노후한 핵 발전소 그 자체가 거대한 쓰레기가 됩니다.

정부도 알고 기업도 알고 있지만, 당장 중단시키지 않습니다. 경제를 위해서입니다. 경제를 위해서 우리가 우리 자식 세대에 죄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황님께서도 여러 차례 경고하십니다. 경제와 과학이 우리에게 혜택도 가져다주지만, 그것이 가지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좀 더 편하게 살려고 사용하는 에너지와 우리가 사용하다가 버린 쓰레기가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위기에 빠뜨렸습니다. 우리가 지구에 함부로 대한 결과는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것입니다.

그래서 교황님께서는 오늘날 우리의 회개는 생태적 회개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의 회개가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것이 아니라, 지구를 위한 회개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결국 우리의 삶 자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좀 더 검소하고 단순한 삶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덜 사용하고 덜 소유하는 길 말고는 없습니다. 우리는 작은 것에 기쁨을 얻고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삶은 결국 복음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삶의 방식입니다. 우리는 우주 만물을 보여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그 속에 숨겨진 하느님의 손길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 역시 프란치스코 성인과 같은 교회의 위대한 스승이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오늘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에 지구 모든 생물종들의 울부짖음을 들으시는 주님의 아픈 마음을 생각하며, 이 미사를 봉헌합시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0 오늘의 강론 연중 제23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9.07 30
» 오늘의 강론 연중 제22주일 및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당감주임 2024.08.31 23
108 오늘의 강론 연중 제21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8.24 41
107 오늘의 강론 연중 제20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8.17 23
106 오늘의 강론 성모승천 대축일 강론 당감주임 2024.08.14 30
105 오늘의 강론 연중 제19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8.10 25
104 오늘의 강론 연중 제18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8.03 44
103 오늘의 강론 연중 제17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7.27 35
102 오늘의 강론 연중 제16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7.20 50
101 오늘의 강론 연중 제15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7.13 34
100 오늘의 강론 연중 제14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7.06 28
99 오늘의 강론 연중 제13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6.30 42
98 오늘의 강론 연중 제12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6.23 32
97 오늘의 강론 연중 제11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6.16 31
96 오늘의 강론 성체성혈 대축일 당감주임 2024.06.01 33
95 오늘의 강론 삼위일체대축일 강론 당감주임 2024.05.25 27
94 오늘의 강론 성령강림대축일 강론 당감주임 2024.05.18 43
93 오늘의 강론 주님 승천대축일 강론 당감주임 2024.05.11 30
92 오늘의 강론 부활 제6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5.04 24
91 오늘의 강론 부활 제4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4.20 4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