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2주일 (나해) 강론 – 좋은 열매
주임신부 2024. 9. 1, 덕계성당
이해인 수녀님의 시(詩) 중에, ‘말을 위한 기도’라는 제목의 시가 있습니다.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해 드립니다. -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 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 때가 있습니다. 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더러는 다른 이의 가슴 속에서 좋은 열매를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언어의 나무. 주님, 하나의 말을 잘 탄생시키기 위하여 먼저 잘 침묵하는 지혜를 깨치게 하소서. 참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집을 짓기 위해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를 닦는 마음으로 말을 하게 하소서. 언제나 진실하고 언제나 때에 맞고 언제나 책임 있는 말을 갈고 닦게 하소서.”
오늘 복음을 접하며, 이 시가 떠올랐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지요. -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마르 7,15).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말일진데, 그렇다면 이 말이 사람을 나쁘게 한다는 셈이 됩니다. 실상 그런 경우가 있기에,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한편, 저는 역설적으로 ‘사람에게서 나오는 말이 사람을 좋게 만들 수도 있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음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실상 그런 경우도 있기에, 이 또한 일리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힐 수 있고, 다른 한편, 사람을 좋게 만들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아마, 이해인 수녀님께서도 그의 시에서, 자신이 내뱉은 말이 다른 이의 가슴 속에서 좋은 열매를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한다고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로서는 어떻게 좋은 열매를 맺게 하는 생각과 말, 그리고 행위를 할 수 있을까요? 달리 말한다면, 좋은 열매와 반대되는 언짢은 열매를 맺게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오늘 복음 속 예수님의 말씀에서 그 요소를 발견할 수 있겠습니다. -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마르 7,6.8)
그렇습니다. 좋은 열매 맺게 함에 있어서 방해되는 요소는 바로 자신들의 관습과 규정이 만들어 낸 ‘사람의 법’입니다.(마르 7,4.7 참조) 이 사람의 법은 ‘하느님의 법’을 막아 버리고, 하느님을 틀 속에 가두어 놓으려 합니다. 그래야, 사람이 하느님의 마음 아닌 사람의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사람의 법’에 따른다면, 사람이 요청할 때에만 하느님은 움직이셔야 하고, 보통 땐 그분께서 그냥 가만히 계셔 주시길 사람이 바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생각해 보건데, 우리가 좋게 나아감에 있어서 방해되는 요소가 ‘사람의 법’이라면, 우리는 이를 물리치고 그 자리에 ‘하느님의 법’이 채워지게 하면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자녀이신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위가 ‘좋은 열매’를 맺도록 희망하고 노력해 봅시다. 그러기 위해, 우리 안에 사람의 법이 아닌 ‘하느님의 법’, 즉 ‘사랑’이 가득 담겨 있길 기원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