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가톨릭부산 2024.08.28 16:09 조회 수 : 12

호수 2829호 2024. 9. 1 
글쓴이 정대건 대건안드레아 
선물

 

 
정대건 대건안드레아
남목성당 청년회 부회장 · 복산지구 청년연합회 총무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들을 잊은 채 살아가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따뜻한 가정, 머물 수 있는 성당 그리고 항상 지켜주시는 하느님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학업에 몰두하여 시간이 없다고 여겼기에 가정과 주님은 항상 뒷전에 있었습니다.
 
   그런 당연한 나날들이 계속되던 중 처음으로 시련이 다가왔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통제받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군 생활을 하게 되어 한순간에 따뜻한 집을 잃어버렸고, 머물 수 있었던 성당을 잃어버렸고, 하느님조차도 더 이상 바라봐주시지 않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왜 제게서 이 당연한 것들을 빼앗아 가시나요?”라며 원망해 봤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고 시련들은 더욱 힘들게 다가왔습니다.
 
   시련의 날들 속에서 “하느님 제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세요.”라며 기도하였고, 시련들을 마주하여 한 발자국씩 걸어 나가게 되었습니다. 교대근무로 체력과 시간이 부족했지만, 하느님과의 시간을 위해 휴식 시간과 개인 시간을 줄이면서 주일미사에 참례하였고 항상 귀찮게만 생각했던 부모님께는 매일 연락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교대근무로 인한 들쭉날쭉한 수면 패턴과 예민해진 감정으로 틀어질 대로 틀어져 버린 관계 속에서 저의 몸과 마음은 황폐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매주 성당에 나와 기도하는 저를 보시고 군종신부님께서 군종병으로 보직 변경의 기회를 주셨고 가족과의 시간, 하느님과의 시간과 같은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닌 선물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더 이상 나를 바라봐주지 않으셔’라고 원망했던 마음은 언제나 함께 계시고 바라봐주심에 감사한 마음으로 변해갔습니다. 
 
   홀로 걸어왔다고 생각한 시련들을 추억으로 승화시키고자 군 생활을 정리하면서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걸어왔던 길에는 언제나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사랑하는 가족들과 묵묵히 나만을 기다려준 여자친구, 힘들 때 상담해 주고 용기를 주는 친구들, 그리고 무너지고 넘어져도 다시 일으켜 주시고 힘이 되어주신 하느님의 발자국이 함께 있었습니다. 시련이라고 생각했던 시간 중에도 끊임없이 등을 밀어주고 이끌어 주시며 일상과 추억이라는 선물을 주셨다는 것을 왜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요?
 
   오늘도 저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면서 새로운 시련들을 마주하지만,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하느님의 선물들을 받으며, 당연해 보이지만 당연하지 않은 소중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선물을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2코린 9,15)
호수 제목 글쓴이
2844호 2024. 12. 8  “그 누구도 죽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이영훈 신부 
2842호 2024. 11. 24  ‘내던져진 존재’들에게 부치는 가을 편지 박선정 헬레나 
2841호 2024. 11. 17  찰리 채플린 명언 4가지에 숨겨져 있는 진실! 박옥위 데레사 
2840호 2024. 11. 10  평신도 아카데미에 대하여... 추승학 베드로 
2839호 2024. 11. 3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늘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진효주 로즈마리 
2838호 2024. 10. 27  확증편향 우세민 윤일요한 
2837호 2024. 10. 20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98차 전교 주일 담화(요약) 프란치스코 교황 
2836호 2024. 10. 13  爲羊獻身 司祭本分(위양헌신 사제본분) 전재경 신부 
2835호 2024. 10. 6  하느님을 선택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 정시후 율리오 
2834호 2024. 9. 29  더욱더 넓은 ‘우리’를 향하여 트란쿡퐁 신부 
2833호 2024. 9. 22  우리는 바오밥나무처럼 강하다 윤경일 아오스딩 
2832호 2024. 9. 17  어떤 기적 임재학 하상바오로 
2830호 2024. 9. 8  믿음의 상태 탁은수 베드로 
2829호 2024. 9. 1  선물 정대건 대건안드레아 
2828호 2024. 8. 25  하느님과의 일치를 통한 마음의 여유를 기대하며 원성현 스테파노 
2827호 2024. 8. 18  “물이 그 주인을 만나자 얼굴이 붉어졌다.”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26호 2024. 8. 15  그분의 어머니를 뵙고 싶어지는 때 강은희 헬레나 
2825호 2024. 8. 11  마태오 복음 6장 3절 정효모 베드로 
2824호 2024. 8. 4  아버지 서현우 요셉 
2822호 2024. 7. 21  택배비 무료 맞죠? 쌀 보내 주세요~ file 오창석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