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0주일(나해) 강론 – 첫 마음
주임신부 2024. 8. 17~18, 덕계성당
오늘이 8월 18일인데, 바로 작년 오늘 날짜인 8월 18일, 오전 11시 정각에 저는 이곳 덕계성당에 부임하며 여러분 곁으로 왔습니다.
일 년간, 제가 이곳에서 어찌 살아왔는지, 또 제가 한 말을 저부터 잘 실행하고 있는지, 저 자신을 되돌아보는 요즈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 년 전 이곳에서 처음 맞이한 주일날, 첫 마음이 담긴 강론 내용 일부를 그대로 소개해 드려 봅니다.
- 여기서 제가 해야 할 일은 여러분께서 저와 함께하신다면 할 수 있고, 그 일은 우리 본당을 위해 필요하고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저는 희망해 봅니다.
우리 성당의 한 가족이신 여러분, 이곳 본당의 주인은 주님이십니다. 그리고 본당의 주역은 여러분이시고 저는 여러분을 섬기러 온 자입니다. 그러니, 평신도가 주역이 되어 활발히 움직이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그래서 많은 이가 오고 싶어 하는 본당, 신바람 나는 본당, 참 아름다운 본당이 되도록 해 봅시다. 저로서는 본당의 주역이신 여러분의 의견을 듣는 가운데, 목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심이 되는 미사성제에 있어서는 정성을 다하는 가운데, 참으로 은혜롭고 거룩한 미사가 될 수 있도록 저로서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렇게, 평신도분들께서 중심이 되고 미사를 중심으로 우리가 모임으로써, 우리 본당이 여러 면에서 정리 정돈된, 잘 다듬어진, 하느님 보시기에도 좋은 모습 되길 희망해 봅니다. -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일 년이 지나는 지금, 그리고 제가 사제가 된 지 만 36년 6개월 12일째가 되는 오늘, 저에 대한 평가는 여러분께서 하시리라고 봅니다. 만일, 저 때문에 우리 본당이 후퇴하지 않은 모습이었다면 다행이고 저로선 고마울 따름이겠습니다. 다른 한편, 여러분께서는 본당의 주역으로서 주역답게 능동적으로 잘하고 계시는지, 그리고 우리가 미사를 중심으로 모이고 있는지, 이들에 대한 평가는 당사자이신 여러분의 몫으로 남깁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첫 마음”이라는 표현을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다양한 순간들 안에서 이 ‘첫 마음’을 지녔을 것입니다. 학교에 처음 가는 날, 회사에 처음 출근하는 날, 결혼식을 하는 날, 그리고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날 등등. 우리 삶에 있어서 이 ‘첫 마음’들은 나쁜 마음 아닌 좋은 마음으로서,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마음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우리가 지닌 여러 ‘첫 마음’들이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고 퇴색되지 않길 우리 모두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지난 두 주일의 복음에 이어진 말씀으로서, 오늘까지 세 주일 동안 줄곧 ‘생명의 빵’에 대한 말씀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성체로 오시는 주님을 모셔야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달리 말해, 미사를 중요하게 여기라는 가르침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그런데 우리 본당의 현실은, 주일미사 참례자 수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구 사정에 따라 이곳 성사 신부님께서 갑자기 떠나실 수밖에 없었던 것도, 우리 본당 미사 참례자 숫자가 배경으로 반영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이로써, 평일미사 수 또한 줄게 되겠습니다. 이런 상황은 저로서도 참 힘들고 가슴 아픕니다.
본당의 주역이신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의 ‘첫 마음’이 다시 살아남으로써, 평신도가 중심이 되어 더 활발히 움직이고 우리 본당 미사에는 더 많은 신자들로 넘쳐나길 저로선 기도합니다.
여러분께서도 기도해 주시고, 우리 본당에 또 다른 좋은 목자를 모실 수 있는 날이 빨리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생명의 빵’을 모시는 미사를 중심으로 우리 모이도록 합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