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께서 쓰시는 사람
사회사목국(051-516-0815)
가브리엘 천사가 약혼자가 있는 성모님께 예수님의 탄생을 알렸을 때, 요셉 성인께 임신한 마리아를 아내로 맞이하라고 했을 때, 그분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기쁘기만 했을까요?
루이(가명, 41세) 씨와 젤리(가명, 38세) 씨 부부는 유년 시절, 성당에서 만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반주 봉사를 해왔는데, 그 모습이 좋았대요.” 디스크로 목 지지대를 한 젤리 씨는 지금도 미사 반주를 하고 있습니다. 모태신앙인 그녀와 중학생 시절부터 부모님 없이, 신앙에 의지해 살아온 그는 성인이 되어 성가정을 이루었습니다.
“남편은 쉴 새 없이 일해왔어요. 동시에 네 가지 일까지 했죠.” 그러던 중 일터에서 페인트를 섞는 기계에 문제가 생겨 몸이 말려 들어가, 그는 머리뼈와 손 일부를 잃었습니다. “다정하던 사람이 저와 딸을 알아보지 못하고 화내며 폭력을 썼죠.” 뇌 손상은 인격 변화까지 불러왔습니다. 당뇨, 중추성 요붕증 같은 합병증도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보디빌더로도 일했던 거구를 씻기고 지지하던 그녀에게는 디스크가 생겼고, 마음의 고통은 공황장애와 유방암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녀는 수술 후 남편을 간병하고자, 체력 저하 등 부작용이 따르는 항암치료는 포기했습니다.
“딸한테까지 폭력을 쓰려 해서 결국 입원을 택했어요.” 그는 약물로 폭력성을 없애는 치료를 마칠 때까지 요양병원에 있기로 했습니다. 젤리 씨는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고, 디스크 수술이 필요합니다. “대출금 1억 7천만 원으로 마련한 집을 처분하려고 해도, 남편이 기억을 거의 잃어서 찾아올 수 있는 곳은 이 집뿐이라 그럴 수가 없어요.” 그녀는 집 밖으로 나가 실종될 뻔한 적이 있는 그를 걱정합니다. 대출금과 이자, 부부의 병원비와 수술비, 딸의 양육비는 이 가정에 막막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산재 분야를 비롯해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일터에서 사고를 당하는 분 중엔 한글을 모르는 경우도 많은데 말이죠.” 그녀는 어려운 산재 지식을 쉽게 풀어 인터넷에 올리는 작업을 소명으로 여겼고, 이를 계기로 법률사무소에서 산재 재해자를 돕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고통이 사랑의 씨앗이 된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고통마저 섭리로 받아들이는 이에게 당신의 일을 맡기시는 건 아닐까요? 성모님과 요셉 성인의 피땀 어린 순명이 있었기에, 우리는 예수님 품안에서 숨 쉬며 살아갑니다. 아픔을 오히려 사람들에게 도움을 전하는 도구로 사용한 이 가정에 손 내밀어 주시어, 그녀와 함께 그분께서 쓰시는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세상이 주는 것과는 다른 평화가 찾아올 것입니다.
사랑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신협 131-016-582122
부산 101-2017-02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