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명의 빵이다

가끔씩 제 마음을 되돌아보고 헤아려 봅니다. 하루에 열두번도 더 변하는 게 사람 마음이라더니 딱 제 마음이 그렇습니다. 이렇게 보면, 사람 마음이 한결이거나 하나인 것은 아닌 듯싶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 내 마음 속을 계속 들여다보고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을 느끼거나 만나기도 합니다. ‘, 여기에 하느님이 라는 사람의 씨앗을 뿌리시고, 숨을 불어넣어셨구나하는 부분을 어렴풋이 느끼기도 합니다.

우리가 우리 마음을 들여다볼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하게, 오늘날 심층 심리학 역시 마음이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합니다. 마음은 마치 빙산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빙산이 바다 위에 떠 있으면, 우리는 그 빙산의 제일 꼭대기 층만 볼 수 있습니다. 나머지 90%는 바다 속에 잠겨져 있습니다. 우리 마음의 구조는 빙산과도 같아서, 우리가 알고 있고 의식하고 있는 우리 마음이란게 사실은 물 위에 떠 있는 10%도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심층 심리학은 이 10%의식 속에 있는 자신이라고 부르고, 나머지 우리가 잘 모르고 의식하지 못하는 90%무의식 속에 있는 자기 자신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90%를 이루는 깊은 층의 우리 마음이 진짜 자기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짜 자기 자신은 자기가 만든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무의식 안에 있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자기 자신에게 가까이 갈 때 행복해지고, 반대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멀어지면 마음이 아프고, 심한 경우에 몸도 아프다는 것입니다. 심층 심리학에서는 자기 자신을 이루는 깊은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마음에 접근하는 것을 자기 실현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이 자기를 실현할 때 가장 행복하고 충만해집니다.

제가 얄팍한 심리학적 지식을 말씀드리는 이유가, 이러한 심리학의 관점으로 우리의 생명을 들여다보면 우리 생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겠다 싶어서입니다. 우리의 생명이라는게 여러 개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여러 층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생명의 가장 윗층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생명입니다. 빵과 물고기를 먹어야 지속되는 생명입니다. 생물학적이고 의학적인 생명입니다. 그러나 우리 생명의 깊은 층으로 내려가면,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생명이 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생명, 내가 받은 생명입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지만, 오히려 제일 윗층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생명, 그리고 진짜 자기 자신의 생명입니다. 이 생명이 바로 우리가 하느님께 받는 생명이고, 이를 우리는 영혼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영혼은 빵과 물고기만으로는 충만한 생명력을 발휘할 수 없으며, 우리를 만드신 하느님께로부터 양식을 얻어야 충만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3주간 동안 주일미사 복음으로 요한복음 6장을 계속해서 읽고 있습니다. 다시 그 내용을 되돌아보면,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 넘는 사람을 배불리 먹이십니다. 사람들은 빵을 배불리 먹고 예수님을 따라 나섭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빵과 물고기로 채워지지 않는 생명, 빵과 물고기 너머의 생명을 보라고 요구하십니다. 우리에게는 하느님이 주신 가장 깊은 층의 생명이 있고, 바로 그 영혼의 굶주림은 하느님이 주시는 양식으로 채워야 합니다. 하느님이 주시는 양식, 바로 하늘에서 내려온 빵으로 우리는 하느님의 생명을 키워 나가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됩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바로 당신이 생명의 빵이심을 밝히십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과 몸이 우리의 영혼을 충만히 채워주시기를 함께 기도하며, 이 미사를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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