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 대한 불신앙

가톨릭부산 2024.08.07 10:15 조회 수 : 10

호수 2825호 2024. 8. 11 
글쓴이 김현일 신부 

익숙함에 대한 불신앙

 
김현일 예로니모 신부
성바오로성당 주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유대인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합니다.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 예수가 아닌가?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우리가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저 사람이 어떻게 ‘나는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말할 수 있는가?”(요한 6,41-42)
 
   예수님에 대한 불신앙은 익숙함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너무 잘 안다는 것입니다. 성장 배경이나 부모나 친척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저런 배경에서는 저런 인물이 나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들은 우리 일상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가족에 대한 불신, 이웃에 대한 불신, 이것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한 불신입니다. 이러한 불신은 결국 시기와 질투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은 항상 누구와 비교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교는 멀리 있는 사람이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비교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에 대한 불신앙을 타파하기 위해서 일생을 사셨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신 이유입니다.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이렇게 복음을 선포하십니다.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 하늘 나라는 예수님의 복음 자체입니다. 하늘 나라가 여기 있다고, 우리 손이 닿는 데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늘 나라는 죽어서 가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대인들도 그렇게 생각한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이 사람들을 갈라놓습니다. 하늘 나라에 갈 사람과 가지 못하는 사람으로 갈라놓습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갈라놓고 성한 자와 병자를 갈라놓고 의인과 죄인을 갈라놓습니다. 하늘 나라가 여기에 있는데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 당신의 살과 피를 내놓으십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빵은 먹히는 존재입니다. 예수님은 탄생부터 우리의 빵으로 오셨습니다. 차디찬 마구간에서 탄생하시고 공생활 하시면서 가난한 사람과 병자, 창녀, 세리, 죄인들과 먹고 마시며 마지막으로 유대인들의 시기와 질투로 십자가에 죽으십니다. 이렇게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 되셨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하늘을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서로서로의 마음속에 와 있는 하늘을 보아야 합니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하늘로 대해야 하겠습니다. 차별이 없는 하늘을 살기 위해서 성체의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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