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431호 2017.04.23 
글쓴이 김검회 엘리사벳 

‘일본군위안부’할머니들을 기억하며

 

김검회 엘리사벳 /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 busanjustice@naver.com

 

  우리나라에 거주하는‘일본군위안부’피해자 가운데 최고령이셨던 이순덕 할머니가 지난 4일, 100세를 일기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17살 어린 나이에 끌려가 7년간 피해를 당했는데, 위안소에서 당한 만행의 후유증으로 눈이 흐려지고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부모님은 화병으로 돌아가셨고 가족은 해체되었다. 그렇게 한평생 치욕과 고통의 나날을 살아왔지만 끝내 일본의 사과 한마디 받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처음으로‘일본군성노예’피해자였음을 밝힌 고 김학순 할머니가 얼굴을 드러내면서 숨죽여 지내던 피해자들도 용기를 내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할머니는 그 숱한 모욕과 상처, 아픔과 치욕스러움을 한마디로“부끄럽다!”고 고백했다. 당시 피해신고를 접수하는 공무원들의 반응은 한국사회를 대변하듯“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부끄러운 일을 신고할 수 있을까!”라는 말에 가슴이 칼에 찔리듯 아팠다고 했다. 용기가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시대였다면, 할머니들은 자신의 인간적 모멸감보다 일본의 만행을 폭로함으로써 다시는 이런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랐다.


  정부는 2015년 12월 28일 한일외교장관회담 형식을 빌려‘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해 합의했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일본이 10억 엔(약 100억 원)을 출자해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철거하기로 했으며 이로써 위안부 문제는 영구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고 말이다. 피해당사자들은 철저히 배제되었고 분노한 할머니들은 무효를 주장하며 싸우고 있다. 일본 정부는 당당하게 국제사회에 해결됐음을 통보했고 역사교과서도 왜곡했지만 우리 정부는 미온적 태도만 보이고 있다. 또 자칭 우익을 주장하는 이들 중에는“미래를 위해 일본을 용서해야 한다”며 소녀상 철거를 주장한다. 그러나 가해자의 반성(회개)과 재발방지 노력이 없는데 누가? 누구를 어떻게 용서한단 말인가!


  매주 수요일 12시가 되면 일본대사관 앞에서‘수요집회’가 열린다. 92년 1월 8일 이후 25년 동안 어르신들은 아픈 몸을 이끌고 비바람을 맞으며 자리를 지켜왔고, 여기에 응답하듯이 점심시간을 이용한 중고생과 직장인들의 참여가 눈에 띈다. 특히 어린 여중생들은 당시 또래였던 할머니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큰 힘이 되고 있다. 올해 부산 초량 일본영사관 앞에도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져 매달 마지막 수요일 12시에 수요집회가 열린다. 위안부 문제는 과거사가 아닌 오늘, 우리의 역사이며, 피해 당사자들이“됐다”고 할 때까지 정부와 시민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외교적 자존심이다.

호수 제목 글쓴이
2809호 2024. 4. 21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61차 성소 주일 담화(요약) 프란치스코 교황 
2808호 2024. 4. 14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창식 프란치스코 
2807호 2024. 4. 7  나의 행복 리스트 한미현 에스텔 
2806호 2024. 3. 31  무덤을 허물고 일어나 탁은수 베드로 
2804호 2024. 3. 17  뿌리 찾기와 순교자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03호 2024. 3. 10  참 삶의 길 윤경일 아오스딩 
2802호 2024. 3. 3  나에게 새로운 삶을 주신 분 유효정 마리스텔라 
2801호 2024. 2. 25  일상 속 작은 실천 김도아 프란체스카 
2799호 2024. 2. 11  신비롭게 연결되어 있는 인간의 몸처럼 손주희 레지나 
2798호 2024. 2. 10  배우고, 배운 것을 버리고, 새로 배우자! 원성현 스테파노 
2796호 2024. 1. 28.  “없는 이에게 베푸는 일을 미루지 마라.”(집회 4,3) 조수선 안나 
2795호 2024. 1. 21  연중의 삶 속에서 강은희 헬레나 
2794호 2024. 1. 14  새 사제 모토 및 감사인사 file 가톨릭부산 
2793호 2024. 1. 7  일상 가운데 함께 계시는 하느님 박수현 가브리엘라 
2791호 2023. 12. 31  세상을 건강하게 하는 백신, 성가정 우세민 윤일요한 
2785호 2023. 11. 26  제39회 성서 주간 담화 (2023년 11월 26일-12월 2일) 신호철 주교 
2783호 2023. 11. 12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마태 25,13) 최재석 사도요한 
2782호 2023. 11. 5  나만의 고유한 인생길 file 임성근 판탈레온 신부 
2781호 2023. 10. 29  아버지의 이름으로 탁은수 베드로 
2779호 2023. 10. 15  매주 만나는 하느님 나라 김도아 프란체스카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