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서현우 요셉
남산성당 · 교구 청년연합회 부회장
부모님께서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가정을 꾸리기 위해 어린 저를 외할머니에게 맡겨두고는 고군분투하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일곱 살이 될 때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지 못하고 할머니 아래서 자랐습니다. 그래서 영유아기 때 부모님과 함께했던 추억이 거의 없습니다. (특히 많이 바쁘셨던 아버지와의 추억 말입니다.) 어린 시절이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일지 모르지만 아버지와의 기억보다는 오히려 할머니 댁 근처에 사시던 친척들과의 기억이 더 선명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추억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 불운이라 생각하며 아버지를 참 많이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유치원 때 부모참관 수업에 오지 못하신 아버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주말이면 아버지와 공놀이를 즐기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투정 부렸던 기억이 납니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와의 추억이 없는 것을 불운이라 생각하고 투정을 부리던 제가 어엿한 성인이 되어 아버지와 같은 업종에 취직을 하게 되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버지는 아버지로서 가정에 최선을 다하셨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듣게 됩니다. 아들의 유치원 부모참관 수업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회사에 출근하셔야만 했던 아버지, 주 6일 근무와 반복되는 회식으로 체력이 쇠약해져 주말이면 아들과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꼬박 쉬어주어야만 하셨던 아버지의 그 무거운 마음을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 세월을 참고 버티고 희생하셨는지 존경스럽습니다.
전통사회에서 아버지 역할의 가장 큰 부분은 가족을 위한 ‘식량 조달’이었습니다. 가족의 기초 생계를 해결할 능력을 갖춰, 자식들을 굶기지 않고 헐벗지 않게 하며, 지붕 아래에서 잠을 재우는 일이 아버지의 역할이었습니다. 모든 남성이 어른이 되어 다 아버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자식 돌봄의 의무를 기꺼이 지고, ‘아버지 노릇’을 하며, 자식의 사회성과 도덕성에 방향과 지침을 주는 존재로 살겠다는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아버지는 자식이 따라야 할 깃대이며, 이상적인 모델로 자녀에게 영웅이 됩니다.
저 또한 머지않아 이러한 영웅이 되어 ‘아버지 노릇’을 하고 싶습니다. 성가정을 이루어 주님과 가정을 위해 봉사하며, 예수님의 뜻을 살펴 실천함으로 그분께 기쁨을 드리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봉사자는 한 아내의 충실한 남편이어야 하고,
자녀들과 자기 집안을 잘 이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1티모 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