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3일 연중 제16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믿음은 우리들에게 구원을 가져다 준다고 교회는 가르친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믿고, 아무것이나 믿고, 아무렇게나 믿어서는 안 된다. 올바로 믿어야 한다. 올바로 믿는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진정으로 바라시는 것을 실천하는 것, 바로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에게 가장 좋은 것을 해주고 싶어한다. 내가 맛본 음식들 중에 가장 맛있었던 음식을 먹이고 싶어하고, 내가 본 책들 중에 가장 감명받은 책들을 소개해줘서 그 책을 읽히게 싶어하고, 내가 경험한 것들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것들을 그 사람도 경험하게 하고 싶어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사랑의 황금률이라는 «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는 말씀을 들으면, 그 말씀이 뜻하는 바를 어렵지 않게 머리 속에서 그려낼 수 있다.

그런데, «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는 이 말씀을 « 네가 원하는 것을 네가 사랑하고자 하는 이에게 그대로 해주라 »는 말씀으로 이해를 하면, 내가 원하는 것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같을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내가 원하는 것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다를 경우에는 문제가 생긴다. 상대방은 원하지도 않는 것을 내가 원한다고 무작정 해준다면, 그것은 자기만족이지 사랑이 아니다. 때로는 불편함을 일으키게 할 수도 있고, 때로는 폭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내가 하느님을 믿는다,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을 사랑하려는 것인가 ? 오늘 제1독서와 복음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제1독서에서 미카 예언자는 하느님께서는 먼저 베풀고, 먼저 보살펴 주시고, 먼저 놀라운 일들을 보여주신 분, 분노를 영원히 품지 않으시고, 용서와 자애를 기꺼이 베푸시는 분이시라고 천명한다. 인간이, 세상이, 하느님으로부터 그러한 것들을 받을 만큼 합당한 삶을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먼저 인간을, 세상을 사랑하신다는 이 진리를 미카 예언자는 우리들에게 알려준다.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하늘에 계신 당신의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당신의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라는 말씀을 하신다. 하지만, 이 말씀을 두고, 예수의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 예수의 가족 혹은 친인척이 되어 어떤 특권을 누리기 위해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행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다 보면, 자연스레 하느님은 그를 예수의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가 되게끔 해주신다는 말씀으로 이해해야 한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독서와 복음은 믿음의 이유가 바로 하느님 때문임을 알려준다. 하느님께서 우리들에게 당신을 믿고, 당신이 바라시는 올바른 믿음의 삶을 살기를 원하시기 때문에 우리가 그러한 삶을 살아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이 당신을 닮아 분노를 영원히 품지 않기를, 용서와 자애를 기꺼이 베풀기를, 당신의 뜻을 실행하기를 바라신다. 그러한 삶을 살아보려고 마음을 먹고, 그러한 길을 걸어가보려고 한 발짝 발걸음을 떼는 순간부터 이미 하느님은 우리들을 당신의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로 받아들이신다. 하느님의 형제, 하느님의 누이, 하느님의 아버지, 하느님의 어머니로 우리들을 들어 높여주신다.

 이를 믿고 산다는 것, 그 삶은 참으로 영광스러운 삶이고, 참으로 복된 삶이며, 하느님과 함께 사는 삶, 바로 구원받은 사람의 삶이다. 이 ‘삶’에로 사람이 되신 하느님께서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우리들을 초대하고 계신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하느님께서 보내시는 당신과 함께하는 삶에로의 초대장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독서와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4 2024년 7월 11일 목요일 성 베네딕도 아빠스 기념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7.25 2
223 2024년 7월 12일 연중 제14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7.25 2
222 2024년 7월 14일 연중 제15주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7.25 3
221 2024년 7월 15일 월요일 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 기념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7.25 1
220 2024년 7월 16일 연중 제15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7.25 1
219 2024년 7월 17일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7.25 1
218 2024년 7월 18일 연중 제15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7.25 1
217 2024년 7월 19일 연중 제15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7.25 6
216 2024년 7월 21일 연중 제16주일 농민주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7.25 14
215 2024년 7월 22일 월요일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7.25 7
» 2024년 7월 23일 연중 제16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7.25 12
213 2024년 7월 24일 연중 제16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7.25 15
212 2024년 7월 25일 목요일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1
211 2024년 7월 26일 금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부모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 기념일 미사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0
210 2024년 7월 28일 연중 제17주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0
209 2024년 7월 29일 월요일 성녀 마르타와 성녀 마리아와 성 라자로 기념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0
208 2024년 8월 1일 목요일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주교학자 기념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0
207 2024년 8월 2일 연중 제17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0
206 2024년 8월 3일 토요일 성모 신심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3
205 2024년 8월 4일 연중 제18주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9.10 1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