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2일 월요일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오늘 우리는 마리아 막달레나, 곧 막달라 혹은 미그달 출신의 마리아 축일을 기념한다. 한때 성경에 나오는 간음하다 잡힌 여인과 마리아 막달레나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마리아 막달레나와 간음하다 잡힌 여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루카 복음에 막달라 여자 마리아가 일곱 마귀로부터 고통을 당했다는 기록이 있을 뿐, 성경 어디에도 이 둘이 같은 사람이라는 말이 없다.

431년 에페소 공의회 때 성모님을 두고, ‘Theotokos’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명칭이 공인되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성모님은 교회로부터 칭송을 받아 왔고, 특히 ‘동정녀들의 모후, 고통받는 이들의 위로자, 상지의 옥좌’와 같은 호칭들을 통해 교회는 구원 역사에 있어서 성모님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교회는 성모님에게 그토록 큰 영예를 부여했지만, 모든 성녀들이 성모님과 같은 공경과 칭송을 받지는 않았다.
성모님이 신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무척 많긴 했지만, 거기에는 분명 한 가지가 빠져있었다. 곧 성모님은 참회하거나 회개하는 모습 그 자체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성경에는 ‘회개하는 여성’, 죄를 지었지만, 하느님께로부터 용서를 받은 여성,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서 마지막까지 예수님의 죽음을 목도했고, 부활 후 맨 처음 주님의 부활을 경험했으며, 사도들의 사도가 된 여성, 이러한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존재가 딱 한 사람 존재한다. 바로 막달라, 미그달의 마리아였다.

한국에서는 막달라 마리아에 대한 공경이 그리 대단하지는 않지만, 유럽에서는 서기 600년경부터 마리아 막달레나를 공경해왔다. 동정녀들의 모범이 성모님이었다면, 결혼한 부인들, 정결치 못한 여인들의 모범이 마리아 막달레나였다. 다소 정치적인 이유로 마리아 막달레나에 대한 신심이 유럽에서 강조되긴 했지만, 단순히 정치적인 이유만으로 마리아 막달레나에 대한 공경이 고위직 성직자들, 교황, 추기경, 주교들에 의해 장려되었던 것은 아니다.
 
마리아 막달레나의 가장 큰 업적은 주님의 부활을 이 세상에서 맨 처음으로 선포한 것이었다. 남자들이 예수를 버리고 달아났을 때, 마리아 막달레나는 스승의 마지막까지 함께 하기 위해서 골고타 가까이에 다른 여성들과 함께 있었다. 마르코 복음 15, 47에서 우리는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 마리아 막달레나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는 그분을 어디에 모시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 신약성경의 복음서들은 마리아 막달레나와 여성들이 빈무덤을 확인한 첫 증인으로서 남성 제자들과 사도들에게 예수의 부활을 증언했다고 전한다. 뿐만 아니라 부활하신 예수께서는 남자가 아닌 여자에게 맨 처음으로 발현하셨다고 전한다. 어쩌면 이 여성들이 없었다면, 이들의 부활 선포가 없었다면, 예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천지를 창조하신 하느님은 인간을 창조하시면서, 당신의 모습을 따라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고 창세기는 전한다. 그리고 글자 그대로는 아니지만, 분명 인간은 야훼 하느님에 의해 창조되었음을 믿는 종교가 유대교와 그리스도교다. 유대교 안에서 존재했던 남녀 차별은 그리스도교의 탄생과 특히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200여년간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다시 남녀 차별현상이 그리스도교에도 나타났다.
 
가톨릭교회의 전례력은 대축일-축일-기념일 순으로 날짜의 중요성과 구원 역사를 기억하는데 있어서의 우선성을 고려해서 만들어져 있다. 오늘 우리가 지내는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은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념일이었다. 남녀 평등의 물결이 교회 안에도 일고 있음을 알리는 또 하나의 희망의 빛이다.

오늘,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을 맞으면서, 나부터 교회 안에서의 남녀의 공존과 공생에 대해 기도하는 시간을 마련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여러분에게 오늘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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