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9일 연중 제15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신앙 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을 마치 윤리 생활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으로 여기는 이들이 있다. 하느님의 자비로우심에 기대는 것보다는 모든 인간은 죄인임을 더 많이 강조하는 이들이 있다. 하느님의 뜻은 율법과 계명뿐이라고 여기고, 그 율법과 계명만 철저히 지키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있다. 주일미사 잘 나오고, 교무금, 헌금, 미사 예물 꼬박꼬박 잘 내고, 레지오나 각종 신심단체에 최소한 한 두 개 정도 가입을 해서 활동하는 것이 신앙 생활을 잘 하고 있는 것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이러한 외적인 것들에 충실한 것은 적어도 내적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우리들의 심리를 만족시켜 주는 것 같다.

겉으로는 예수 믿는 것으로 보이는데, 실상은 예수를 믿는 것이 아니라, 예수에게서 뭐 좀 얻어 낼게 없나, 예수 믿으면, 내 삶이 좀 편해지고, 내 마음이 좀 편안해지려나 싶어서 예수 믿으려고 온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좀 더 착한 사람들도 만나고, 그래서 더불어 사는 재미도 좀 느껴 보고, 그러면서 내 자랑도 좀 하고, 못난 이들에게는 잘 해라고 한 소리도 하면서 정의를 실천하는 양 그렇게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고,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스스로에게나 타인들에게 드러내 보이기 위해서 예수 믿으려고 온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오늘 복음은 우리들에게 형식적인 신심행위, 위선적인 믿음에 대한 경고를 들려준다. 예수의 제자들이 배가 고파서 밀 이삭을 뜯어 먹는 것을 보고, 예수에게 율법의 전통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따지러 드는 이가 비단 2천년 전의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뿐이겠는가 ? 소위 열심하다는 신자들 중에는 하느님의 뜻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자신이 해석한 바를 철떡같이 올바른 진리라고 믿고, 그것이 마치 하느님의 뜻인 양 실천하려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하느님의 자리를 탐하는 것, 바로 우상숭배이다. 남이야 뭐라고 하건 상관없이 나는 이것만 지킨다고 하는 이들, 그리고 나는 교무금도 확실히 내고, 헌금도 매주 내고 주일미사도 꼬박꼬박 참석하고, 레지오나 각종 신심단체에서도 활동 열심히 하고, 내 가족들 모두 다 세례 받게 했다는 이들, 그래서 성가정을 이루었다는 이들, 그러면서 나는 이렇게 하는데, 왜 너는 못하느냐고 나무라는 이들, 이들의 행동과 말과 삶이야말로 하느님의 아들이 늘 경계하라고, 늘 회칠한 무덤이라고 꾸짖던 바리사이들의 행동이요, 바리사이들의 말이요, 바리사이들의 삶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은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 자신이 신앙심 좀 깊다고 자랑하지 마라, 자신의 신앙 윤리의 잣대를 가지고 남을 함부로 판단하지 마라. 계명과 율법을 지킬 수 있는 삶의 여유와 삶의 자리가 허락된 이들에게는 계명을 지키고, 율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으로 여겨지겠지만, 계명을 지키고 싶어도 율법을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는 이들도 있다. »
 
       안식일의 주인이 사람의 아들이라는 것은 사람이 곧 안식일의 주인이라는 말이다. 안식일을 위해서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기 위해서, 잠시의 안식도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을 위해서 안식일이 존재하는 것이다. 제도로서의 종교 역시 그러하다. 사람에게 봉사하지 않는 종교, 사람의 처지를 생각해 주지 않는 종교, 그저 하느님만 믿으라고 말하고, 그 종교에로 귀의하고자 하는 이의 사정을 살피지 않는 종교 역시 그러하다. 종교를 위해서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서 종교가 존재하는 것이다. 주객이 전도되어 버린 삶, 거기에는 회칠한 무덤만이 가득하고, 위선자만이 가득하다.
 
나의 삶 속에서 주객이 전도되어 있는 부분은 없는가? 그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아둥바둥 거리는 그런 모습은 없는가? 오직 나만의 잣대를 가지고 남을 판단해버리는 적은 없는가? 오늘 복음은 나에게 겸허함을 가르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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