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6일 연중 제15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죽 쒀서 개줬다는 말이 있다. 정성을 기울였는데, 그 정성을 알아봐주지 않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가슴 아플 때를 다섯 손가락으로 꼽아보라고 해보면, 그 다섯 번의 경우 가운데, 꼭 한번 이상은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혹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받았던 배신이 있다. 정성을 기울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 아껴 가면서 돌보아 왔던 사람이 그 은혜를 알지도 못하고, 원수로 갚는 경우, 살아 온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나? 싶을 만큼, 땅을 치고 통곡하고 싶을 만큼, 황당하다 못해, 허무하기까지 느껴지는 그런 배신을 겪어 보았던 사람은 오늘 복음이 전하는 주님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장소들, 코라진, 벳사이다, 카파르나움, 이 세 도시들 중에, 베사이다와 카파르나움은 지금까지 내가 했던 3차례의 이스라엘 성지 순례 때에 3번 모두 방문한 곳이다. 벳사이다, 카파르나움은 그래도 예수 시대의 유적들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곳이라서 볼 꺼리라도 있지만, 코라진으로 불리었던 장소에는 정말 아무것도 볼 것이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스라엘 성지 순례 코스에는 코라진이 빠져있다. 거기 말고도 가봐야 할 다른 곳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나는 코라진에 2011년에 딱 한번 갔었다. 나 혼자 간 것은 아니고, 가이드와 함께였다. 코라진은 갈릴래아 호수에서 차로 한 10분 남짓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곳이다. 교통도 그리 불편하지도 않다. 가파르나움에서 그리 떨어진 곳도 아니다. 그런데, 가서 보면, 정말 아무것도 볼 것이 없다. 예전에 한 때, 도시였다는 흔적들만 남아 있을 뿐, 온통 폐허뿐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이드가 하는 말이 참으로 의미심장하게 다가 왔었다.
이스라엘에서 성지순례팀들을 맞이하고, 보내는 일, 성지순례 가이드를 3년째 하고 있으면서, 첫째날 공항에 도착하고 난 후 한 이틀을 함께 지내다 보면, 그 팀들이 어떤 마음으로 성지순례에 임하고 있는지를 거의 다 파악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팀들이 참으로 신심이 깊고, 주님의 발자취를 따르고 싶어하는 열망이 가득한 경우에는, 코라진에 꼭 데리고 간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은 겟세마니 동산 위에서 홀로 기도하시면서 하셨던 그 말씀, “아버지,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십시오”, 바로 이 말씀을 했던 그 장소에서 예수님의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느끼는데, 그 가이드는 코라진에 올 때면, 예수님의, 참으로 인간적인 성품과 고뇌를 많이 느낀다고 했다.
코라진, 벳사이다, 카파르나움을 처음부터 예수께서 미워하시고, 저주하셨기 때문에, 그 도시들이 멸망한 것이 아니다. 이 세 도시들은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예언자들로부터, 하느님의 사람들로부터 그래도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 하느님과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어 왔던 도시들이었다. 그 도시에 살던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들을 한 귀로 듣고는 다른 귀로 다 흘려 보내 버렸던 이들이었다. 그 세 도시를 보며, 예수께서는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의 이 이야기는 그저 2천년 전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전국의 웬만한 도시에 가보면, 까페보다도 예배당과 성당 건물이 더 많이 즐비해 있고, 이 곳 김해에도 예배당과 성당들의 숫자가 만만치 않다. 분명, 예배당과 성당에서는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것이고, 거룩한 가르침들이 매일매일 전해지고 있을 것이다. 그 가르침들, 그 이야기들에 대한 피드백으로서의 신자들과 신도들의 삶의 변화가 없다면, 오늘 복음의 말씀들은 그저 2천년 전의 말씀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의 주님의 의로운 분노의 말씀으로 와 닿을 것이다. 오늘 복음, 나에게는 무서움으로, 그리고 또다시 회개에로의 부르심으로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