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5일 월요일 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 기념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이탈리아 문학가 중에 쁘리모 레비라는 사람은, 1919년 7월 31일 이탈리아 토리노라는 곳에서 태어나서, 1987년 4월 11일에 권총으로 자살했다. 그는 세계 제 2차 대전 때에, 파시즘에 저항하는 지하운동에 참여하다가 체포당해 아우슈비츠에서 수감생활을 했고, 1945년 세계 제2차 대전이 끝나고, 고향인 이탈리아 토리노로 돌아와서, 자신이 겪었던 아우슈비츠에 대한 책을 썼는데, 바로 « 이것이 인간인가 ? »라는 책이다. 이 책은 신경식이라는 분에 의해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그는 이 책에 대한 해설에서 쁘리모 레비가 자살하기 전에 남긴 말을 인용했다 : « 괴물이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진정으로 위험한 존재가 되기에는 그 수가 너무 적다.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의문을 품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믿고 행동하는 기계적인 인간들 말이다 »

잘못된 현실을 깨닫지 못하게, 비판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현실, 그리고 잘못된 현실에 아무 생각 없이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수 많은 사람들을 양산해 내는 것이 지금의 이 나라 이 땅의 교육의 현실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 현실은 어쨌든 주어진 것이고, 현실에 대한 신속한 순응과 자발적 복종이 현실에 대한 현명한 처사이지, 여기에 의문이나 도전을 제기하는 것, 비판적인 의식을 가진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결코 어리석은 일이 아니다!!! 사실, 비판적인 의식을 가진다는 것은 예수의 마음을 배운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비판 의식을 키운다는 것은 예언자의 영성을 키운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 의식을 오늘 복음에 나오는 단어로 바꾸어 본다면, 바로 [칼]이다.
 
주님이 주시고자 하는 칼은 세상의 논리,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그 논리,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그 논리,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는 그 논리, 불편한 것보다는 편한 것이 더 낫다는 그 논리, 기억하는 것보다는 잊는 게 더 살기 편하다는 그 논리를 거부하는 몸짓이다.

세상은 «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 »고 말하지만, 사랑이신 하느님은 « 남의 일 같은 건 전혀 없다»고 말씀하신다. 세상은 « 가장 현명한 노선을 따라가 성공하라 »고 말하지만, 사랑이신 하느님은 « 나를 따르고 십자가에 못 박히라 »고 말씀하신다. 세상은 « 자기 목숨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 »고 말하지만, 사랑이신 하느님은 « 자기 목숨을 구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으면 구원을 받을 것 »이라고 말씀하신다. 세상은 « 받으라 »고 말하지만, 사랑이신 하느님은 « 내어 주라 »고 말씀하신다. 세상은 별 탈 없이 편안하게, 좋은 게 좋은 것,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올바른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랑이신 하느님은 « 불을 지르러 왔다 »고, « 칼을 주러 왔다 »고 말씀하시며, 먼저 분열을 일으키셔서 가라지를 솎아 내신 후에 남은 자들을 하느님 나라의 일꾼이 되게끔 이끌어 주시고 일치시켜 주시며, 마침내 사랑하며 살 수 있는 힘을 내려 주신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사랑이신 하느님을 닮는다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귀찮은 일이고, 어리석은 일이며, 때로는 미치지 않고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기 밖에 모르는 나뿐 놈, 돈 밖에 모르는 돈 놈이 득실거리는 이 세상, 그래서 그렇게 나뿐 놈이 되고, 돈 놈이 되는 것이 출세하고 성공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세상에서 « 우리는 그리스도 때문에 어리석은 사람이 되었다 »는 바오로 사도의 신앙고백은 나뿐 놈과 돈 놈을 떠받드는 세상에 저항하는 사람, 거짓에 무릎 꿇지 아니하고, 오직 참된 것만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살기를 희망하는 이들의 다짐이며, 어두움에 빛을 가져다 주는 사람들의 찬란한 모습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하느님으로부터 사랑 받는 사람, 하느님으로부터 찬란하다고 칭찬받는 사람,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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