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1일 목요일 성 베네딕도 아빠스 기념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수많은 종교들이 앞다투면서 수많은 돈과 자원들을 숫제 바가지로 퍼붓다시피 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종교를 알리는 전교활동에 전념하는데,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의 말씀처럼 했다가는 아무도 성당에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선교 역사를 고려해 볼 때, 오늘 복음의 선교 행동 강령은 선교에 있어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시사해준다.

1950년대, 우리 나라는 6․25 전쟁의 피해로 경제 사정이 매우 힘들었다. 그 때 당시 못사는 우리 나라를 위해서 유엔과 미국을 위시한 서방에서는 우리 나라에 많은 구호물자들을 보내주었다. 우리 나라로 보내준 구호물자들은 대부분 교회나 성당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성당이나 교회를 찾아가서 구호물품들을 받았다. 그 때 나온 말이 ‘밀가루 신자’라는 말이었다. 이 ‘밀가루 신자’라는 이름 하나에 우리 나라 역사의 아픈 부분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먹고 살아남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은 천주교 신자, 개신교 신자가 되었다. 신자가 되면, 구호물품 받는 것을 보장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야말로, 우리 나라에 천주교와 개신교가 들어온 이래 사상 최고로 신자수가 늘어났다.

그러다가 1960년대가 되면서 경제 개발이 시작되고, 1980년대에 이르러 우리 나라는 그야말로 온 세상이 무시하지 못할 아시아의 4마리 용 중의 한 마리가 되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생활수준도 1950년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윤택해졌다. 경제가 윤택해지면서, 구호물품을 받으러 성당과 교회를 기웃거리던 많은 사람들도 차츰 냉담의 길을 걸어갔다.
 
자유로이 신앙의 삶을 택한 것이 아니라, 살아 남기 위해서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과는 전혀 상관없이 정말로 어쩔 수 없이 신자가 되었던 많은 사람들은 이제 먹고 사는데 한시름 놓을 만큼의 생활이 되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말처럼, 교회를 떠났다. 물론, 그때 당시에 구호물품을 받기 위해서 신자가 되었지만, 신자로서의 삶이 정말로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고 지금까지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훌륭한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1950년대 당시 사람들에게 복음은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이 진리의 말씀보다는 ‘구호물품 받아가라’는 소리였다. 교회는 구호물품을 받으러 온 사람들에게 다만 그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기만 했다. 물론 예수께서도 배고파 죽겠다고 소리치는 5000명에게 배가 부르도록 실컷 먹여 주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그들을 구원에로 초대하고, 그들의 삶의 질을 한층 더 높여 주셨다.
 
선교운동에 있어서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선교할 때 갖고 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1950년대처럼 구호물품을 한아름 안고 가야 할까? 아니다!!! 예수께서는 전대도 갖고 가지 말고, 식량자루나 여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도 가지고 가지 말라고 단호하게 명령하셨다. 그러면 무얼 갖고 가야 하나? 예수께서는 우리가 거저 받은 것을 가지고 가서 거저 주라고 하셨다. 우리가 거저 받은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하느님께로부터 받는 은총의 삶, 평화의 삶이다. 흔히 내가 하느님을 믿고 내가 하느님을 사랑한다고는 쉽게 생각하지만, 하느님께서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쉽게 잊고 살아간다. 그리고 하느님은 내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만큼, 꼭 그만큼 내게 은총과 평화를 베풀어 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느님은 우리 사람들처럼 주는 만큼 다시 되돌려주는 그런 째째하고 옹졸한 하느님이 아니다. 하느님은 내가 하느님을 믿고 사랑하기만 하면, 내가 하느님께 드린 것보다 더 많이, 내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은총과 평화를 내려 주신다. 아니 갖다 퍼 부어버리신다. 그뿐만이 아니다. 하느님은 당신자신까지도 우리에게 주신다. 미사 때에 우리는 성체를 영한다. 흔히 성체는 영혼의 양식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밥을 먹으면, 배가 부르듯이, 성체를 영하면 영혼이 배부르게 된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영성체는 이 정도의 가치밖에 없는 것이 결코 아니다! 성체를 영하는 순간, 바로 그 순간에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과 하나가 되고, 마침내 그리스도가 내가 되고, 그리스도가 너가 되고 그리스도가 우리가 된다. 그럼으로써 하느님께서는 미사에 참여한 우리 모두를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하고 우리 모두를 당신의 나라, 하느님 나라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 그 나라로 들어가게 해주신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하느님께로부터 거저 받은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선교할 때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가야 하나? 우리는 하느님을 가지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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