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정확히 8일전, 6월 30일 연중 제 13주일이자 교황 주일에 우리가 들었던 복음과 오늘 복음은 너무 비슷한 내용이다. 같은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도 셋이다. 예수님과 죽어가는 딸아이를 가진 아버지, 그리고 12년 동안이나 혈루증, 곧 하혈병을 앓던 여인이다. 오늘 복음이나 8일 전의 복음이나 똑같이 2개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었는데, 나는 회당장의 딸 치유 이야기에 주목하고 싶다.

오늘 복음에는 이름이 언급되지 않지만, 마르코 복음에 나오는 이름, 야이로는 오늘날로 치면, 본당 회장과도 같은 신분과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던 회당장은 죽어가는 딸아이를 위해서, 자신의 신분도, 자신의 명예도 잊은 채, 이미 열심한 유대교 신도들로부터, 특히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로부터 좋지 않은 소문이 나 있던 예수님을 찾아 갔다. 오늘 복음에는 그 딸아이의 나이도 언급되지 않는다. 마르코 복음서에는 딸아이가 열두 살이라고 밝히고 있다. 열두 살이라면,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나이다. 그저 어린 소녀가 아니라는 말이다. 구약성경에 따르면, 결혼을 해서, 자식을 많이 낳는 것이 하느님의 축복이고, 그것이 한 인간의 행복인데, 그런 행복을 누리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아야만 하는 딸아이를 둔 아버지의 마음은 어떠할까? 예수님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었을 테지만, 회당장 야이로는 모든 것 다 내려 놓은 채 죽어가는 딸 자식 하나 반드시 살리고자 예수님을 찾아 갔다. 평소 같았으면 회당장을 만나는 일이 그리 내키지 않았을 예수님도 야이로의 마음을 읽고, 그의 딸을 죽음에서 다시 소생시키신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하느님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신다는 것, 사람은 생명을 포기할지 몰라도, 결코 하느님은 생명을 포기하시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념이나, 사상이나, 종교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할지라도, 사람 목숨보다 중할 수는 없다. 죽어가는 딸을 둔 회당장과 그의 딸을 살려내시는 예수님은 이념이나 사상, 종교를 뛰어 넘는 만남을 이루어낸다.

코로나 판데믹이 끝나자, 이 땅의 가난하고 소외되고 버림받은 사람들, 하소연할 길이 없는 억울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세상과 교회에 호소하고 있다. 그들이 신자라면 마땅히 돕고, 그렇지 않다면 돕지 않을 것인가? 살기 위한 몸부림과 수많은 눈물과 헤아릴 수 없는 한숨과 절규, 그들이 겪는 고통 그 자체는 이미 진정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고, 이들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고, 함께 눈물을 흘리고 함께 분노하는 것이 교회가 드러내어야 할 예수님의 진정성이다. 교회에서는 아주 아름다운 말로 이런다. 우리가 또 하나의 그리스도라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뿜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러고 있는가? 오늘 복음은 나에게 너는 진짜 그리스도인인가 아니면, 무늬만 그러한가 하고 묻고 있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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