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7일 연중 제14주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로, 주님으로 그리고 그분의 말씀을 복음으로 믿었던 이들도 있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유대교의 지도자들, 바리사이들, 율법학자들, 그리고 사두가이들이었다. 그들은 나름으로는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을 알고 있고, 하느님의 뜻이라는 것이 계명과 율법 안에 고스란히 다 들어 있으니, 계명과 율법만 철두철미하게 지키려했다. 그러나 결국은 ‘전통’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수구 꼴통들, 요즈음 말로 틀딱이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고향 사람들도 예수님을 배척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예수께서 고향 나자렛의 회장에 가셔서 안식일 예배에 참석하면서 고향 사람들을 가르치실 때에, 사람들은 예수님의 지혜에 놀랐다고 하면서도, 그들은 예수의 가르침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예수님의 출신을 잘 알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예수께서 오해받고, 배척받았던 이유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고향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그저 마리아의 아들이요, 한낯 목수일뿐이었다. 그들은 예수님을 메시아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께서 일하고 계심을 알아 보지 못했다. 기존의 관념이나, 기존의 가르침, 기존의 견해를 벗어 던지는 일, 기존의 그것들에 의문을 품는 일, 기존의 그것들과는 다른 관념이나, 가르침, 견해를 받아 들이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선입견과 관련해서 성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일화가 있다. 2000년 대희년을 준비하던 때, 요한 바오로 2세께서 갈릴레오 사건, 종교재판 혹은 마녀 사냥 사건의 주범인 교회가 세상을 향해 용서를 청하고자 하셨을 때에, 62명이 모인 추기경들 가운데, 오직 단 1명의 추기경만 교황에 찬성했다. 나머지 61명은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자고 했다. 교회를 완전한 사회, 하느님 나라를 드러내 보여주는 가시적인 성사로 여기고 있던 그들의 선입견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그런 회개의 행보가 교회에 먹칠과 똥칠을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요한 바오로 2세는 그 추기경들의 충심어린 걱정을 뒤로 하고,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옳았다고, 종교 재판의 명목으로, 혹은 마녀 사냥의 명목으로 교회가 인권을 유린했다고 시인하고, 2000년 대희년, 세상에 용서를 청했다.

한 때, 오랜 시절동안 교회는 세상을 성과 속으로 구분짓는 것에 머물지 않고, 성과 속의 분리를 말하고, 거룩함은 하느님의 것, 속된 것은 세상, 거룩함은 추구해야 할 것, 속된 것은 버려야 하고, 쳐부수어야 하고, 멀리해야 할 것으로 가르쳤다. 인간은 영과 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육은 영혼의 감옥이다, 육은 썩어 문드러지는 더러운 것이고, 영혼은 불멸한다, 세속, 마귀, 육신은 영혼의 삼구(三仇), 곧 영혼의 세가지 원수다, 등등, 이런 식으로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강조해왔다. 그 가르침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이 옛날 구교 신자들이 매일같이 외웠던 천주교 요리문답이다.

그런 가르침들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신앙인들은 지금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가르침, 예컨대, « 좋은 가톨릭 신자라면, 정치에 참여해야 합니다 »라는 말씀이나, 지난해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매주마다 봉헌되었던 « 오염된 바다와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우려하는 시국미사 »에 대해서 심히 불쾌하게 여긴다. 성직자의 정치참여와 관련해서, 가톨릭 교회의 교회법은 이렇게 명시한다. 교회법 287조 2항, 성직자는 국가 권력의 행사에 참여하는 공직을 맡는 것을 금지한다. 성직자가 정당이나 노동조합의 지도층에 능동적 역할을 맡는 것을 금지한다. 교회법은 성직자가 세상에서 어떤 직분을 갖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지, 공동선을 증진시키기 위해 정치적 발언을 하거나 정치적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고향으로부터 천대와 멸시를 받았던 예수님은2천년이 지난 오늘도 당신의 제자들과 함께 당신 고향에서 수천 km 떨어진 이 나라, 이 땅에서도 여전히 천대와 멸시를 받고 있다. 우리가 주님이라고 부르는 나자렛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게 데에는 « 유대인의 왕, 나자렛 예수 »라는 저 십자가의 죄목 명패가 잘 알려 주듯이, 정치적인 이유가 다분했다. 시대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그 부조리에 일조하거나, 그 부조리 덕분에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권력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는 것이 십자가 죽음의 한 원인이었다.

이러한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는 이들은 주님의 그 십자가를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하고, 시대와 장소가 다를지라도 주님의 그 십자가를 주님과 함께 짊어지려는 이들이어야 하지 않을까 ? 그리고 또 하나, 자신의 선입견, 자신의 생각, 자신의 신념, 자신이 배워왔던 것들에 의문을 품을 줄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 스스로에게 내 것이 정말 옳은가 그렇지 않은가 라고 의문을 던지는 것이 바로 참된 하느님과 진리를 추구하는 길의 첫걸음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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