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요일 성 토마스 사도 축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그리스도교를 그리스도교이게 하고, 그리스도인을 그리스도인이게 하는 원천은 우리가 주님이라고 부르는 예수님이다. 그런데 그분께서 이 지상에서 하셨던 일들이나 말씀들에 대해서는 수긍을 하면서도, 그분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셨다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들이 적잖게 있다.

부활하신 예수께서 토마스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믿으라고 말씀하신다. 부활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부활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상상을 한다. 죽음에서 다시 살아난다고 했을 때 우리는 머릿속에서 어떤 그림을 상상하지만, 정말 예수께서는 우리가 그린 그림대로 당신이 부활하셨을까? 이런 물음들은 우리에게 부활에 대해서 깊이 묵상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골치 아프고 머리에 쥐가 나게 하는 물음들은 아예 물으려고 하지 않는다. 부활? 그냥 믿어!!! 묻지 말고, 따지지 말고!!! 그러나 예수께서는 토마스에게 ‘묻지 마 믿음’을 요구하시지 않는다. 그런 믿음은 생명을 선사하지 않는다.

묻지 마 신앙으로는 부활의 삶에 이르지 못한다. ‘묻지 마 신앙’에 머물러 있는 한, 맹신과 광신에 머물러 있는 한, 우리는 부활하신 그분을 체험할 수 없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상처 난 손과 발과 옆구리를 보여 주시면서 수난과 죽음의 상처를 상기시키고 바로 그 상처에 부활의 생명이 감추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신다. 그 상처는 부활로 지워지는 것이 아니며 인간이 극복해야 할 무엇도 아니다. 부활은 고통 후에 오는 낙 정도가 아니다. 우리가 부활을 믿는다면 우리에게 상처를 준 고통과 그로 말미암은 죽음 다음에 낙(부활)이 온다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이 고통 안에 부활의 삶이 감추어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이는 고통에는 남을 위한 희생에서 오는 고통이 있음을 전제한다. 그래서 남을 위하여 자기를 희생하지 못하는 자는 부활의 삶을 살 수 없다.

예수께서는 토마스에게 당신의 상처를 보여 주시면서 그 상처 안에 감추어져 있는 당신의 사랑을 보여주신다. 그 상처에는 보이지 않는 그분의 사랑, 지금껏 보지 못한 하느님의 사랑이 감추어져 있었다. 이제 토마스는 그 상처 안에 감추어 있는 사랑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래서 곧바로 무릎을 꿇고,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라고 고백을 했던 것이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께서 토마스에게 “너는 보고야 믿느냐? 보지 않고 믿는 자는 복이 있다.”라고 말씀하신 것은 토마스에게 ‘묻지 마 믿음’을 요구하신 것이 아니다. 오히려 토마스를 당신의 상처로 안내하시면서 그 상처 안에 사랑이 감추어져 있음을 알게 하려 하신다. 토마스가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하며 그분 발치에 무릎을 꿇었다는 것은 드디어 그분의 상처에서 보이지 않는 사랑을 보게 되었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부활 신앙은 남을 위한 상처에 부활의 생명이 감추어 있다는 진리에 다름 아니다. 이 부활 신앙은 이웃의 아픔에 동참할 것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 때문에 아파하지 않으면, 결코 부활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오늘 토마스 축일은 나에게 다시, 또다시 사랑하라고 나를 채근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축일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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