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갈대는 바람에 흔들리면서, 자기 몸을 누이는 나약한 존재다. 이런 갈대를 두고, 블레즈 빠스칼이라는 프랑스 철학자는 «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 »라고 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갈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꽃도 흔들리고, 사람도 흔들릴 수 있다. 남들보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사람답게 살아 보려고 애를 쓰고 발버둥을 치는 사람들도 때로는 고통 앞에서, 죽음 앞에서, 유혹 앞에서 흔들릴 수 있다. 신앙인들도 마찬가지다. 삶이 흔들리고,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믿음도 흔들릴 수 있다.

오늘 복음은 풍랑을 만난 제자들과 예수님의 모습을 대조해서 보여준다. 겁에 질린 제자들은 풍랑 속에서도 곤히 주무시는 예수님을 깨우며 « 주님, 구해 주십시오.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 » 하고 간청한다. 이렇게 기도하는 사람이 2천년 전 제자들만 있었겠는가? 주님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들에게도 폭풍이 닥칠 수 있다. 그것도 갑자기 예고 없이 몰아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겁먹은 제자들 앞에서 곤히 주무시는 주님처럼, 우리들도 우리가 겪게 되는 한계 상황, 위기 상황에서도 주님은 우리에게는 관심도 없는 척하고, 주무시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내 인생에 무서운 폭풍이 휘몰아쳐 하느님께 매달렸지만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할 때가 분명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예수님을 신뢰하는 믿음이 아닐까 싶다. 사실, 믿음이 부족했기에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제자들은 예수님께 «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라는 말씀을 듣는다. 예수께서는 바람과 호수를 잠재우기 전에 먼저 믿음이 없는 제자들부터 꾸짖으셨다. 예수님의 관심은 바람이나 호수나 풍랑이 아니었다. 제자들의 믿음이었다. 제자들의 마음과 그들 삶의 중심에 믿음이 없음을 꾸짖으셨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갈대는 바람에 몸을 누일지언정, 웬만한 바람에는 절대로 꺾이지 않는다. 땅에 뿌리를 잘 내린 갈대일수록 제 아무리 큰 바람이 불어도 뽑히지 않는 법이다. 아무리 험한 세상 한가운데서도 믿음이 있고, 그 믿음의 정도가 깊을수록 세상 풍파를 잘 견뎌낸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다의 풍랑이나 세상의 폭풍과 같은 외적 환경이 아니라 영적으로 깊게 뿌리내리지 못해 쉬이 흔들리는 믿음이 아닐까 싶다. 흔들리는 믿음이라도 없는 것 보다는 낫다. 흔들리는 것 자체를 너무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내 믿음이 주님이라는 땅에 얼마나 튼튼하게 뿌리박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언제, 어디에서 주님을 찾는지, 그리고 그분께 얼마나 내 자신을 내어 맡기는지를 헤아려 보라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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