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일 연중 제13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7월 첫날이다. 첫날 복음부터 예사롭지가 않다. 오늘 복음을 읽고 묵상하다 보면, 예수 따르기가 그리 녹녹하지 않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어떤 사람이 예수께 와서는 “스승님,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스승님을 따르겠습니다”하고 말한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습니다”라고 응수하신다. 게다가 당신을 따르기 위해서는 부모의 장례를 치르는 것조차도 허용 되지 않고, 집안 식구들과의 작별인사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신다. 가족들과의 인연까지도 과감하게 끊어버리고 하느님 나라에만 관심을 쏟으며 복음을 전하라고, 속세에 대한 어떠한 미련이나 애착도 두지 말고, 당신을 따르는 일에만 전념하라고 말씀하신다.

바오로 사도께서는 갈라디아인들에게 보낸 편지 5,13-18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다 :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려고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그러니 굳건히 서서 다시는 종살이의 멍에를 메지 마십시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자유롭게 되라고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다만 그 자유를 육을 위하는 구실로 삼지 마십시오. 오히려 사랑으로 서로 섬기십시오. 사실 모든 율법은 한 계명으로 요약됩니다. 곧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여라.” 하신 계명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서로 물어뜯고 잡아먹고 한다면, 서로가 파멸할 터이니 조심하십시오. »(갈라 5,13-18).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의 부르심이라는 것이 진정한 자유와 해방을 주시기 위한 것이고, 이를 위해서 결코 욕정의 종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자유는 욕정을 만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 있다고 말한다. 모든 욕심, 욕정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와 해방을 누리는 것, 참된 행복을 누리는 것, 이것이 바로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이다.

하지만,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통해서 예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삶을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고 해서, 예수님의 말씀을 곧이곧대로 실천하는 것이 조금 더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나는 오늘 복음을 이렇게 묵상해 본다. 결국 예수님의 말씀은 무엇을 버리고 나서 주님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따르는 것이 맨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주님을 제대로 따르다 보면, 우리의 욕구나 욕망은 참으로 부질 없는 것임을 절로 깨닫게 되니, 굳이 그런 것들을 물리치거나 끊어 버리려고 애를 쓰지 않더라도 그런 것들은 자연스럽게 물러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내가 버려야 할 것들, 내가 끊어야 할 것들 이런 것들에 대한 목록을 작성하기 보다는 먼저 예수님의 뒤를 따라 가겠노라고, 예수님처럼 살아보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면,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우리를 도와주신다. 끊어버려야 할 것들, 버려야 할 것들이 그렇게 소중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깨닫도록 도와주신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신앙의 성장과 성숙은 나의 잣대로, 나의 머리 굴림으로, 나의 계획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 내어 맡김으로부터 신앙의 성장과 성숙이 시작됨을 깨닫게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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