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0일 연중 제13주일 교황주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오늘은 교황주일, 교황님께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전 세계의 모든 신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의 정신적인 지주로서 인류를 잘 인도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날이다. 또한 하느님께서 교황님에게 주신 복음적 가난과 소박함에 우리들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동참함으로써 우리들 모두가 복음을 더 깊이 깨닫고, 복음이 가져다 주는 참 기쁨을 안고, 가난하고 소외 받는 사람들의 진정한 형제, 자매가 되어주며 언제나 어디서나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복음의 선포자가 되기를 기도하는 날이기도 하다.

오늘 복음에는 주인공이 셋 등장한다. 죽어가는 딸아이를 가진 아버지, 12년 동안이나 하혈병을 앓던 한 여인, 그리고 예수님이다. 회당장 야이로와 하혈병을 앓던 한 여인이 예수님에 대한 여러 가지 소문을 듣는다. ‘예수라는 사람이 어중이 떠중이들을 모아서 함께 돌아다닌다더라, 그런데, 예수라는 사람은 기뻐하여라, 하느님 나라가 왔다면서, 병든 사람도 고쳐주고, 힘없고 가난하고, 소외되고, 사람 취급도 못 받고, 하느님께마저도 버림받은 것 같은 사람들, 어린 아이들, 세리들, 창녀들과도 아무 거리낌도 없이 어울려서 밥도 같이 먹고, 그 사람들과 아무데서나 이야기도 한다더라.’

회당장과 여인은 아마도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혹시 이 사람이 내 딸아이를 살릴 수 있을까? 혹시 이 사람이 12년동안이나 날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 이 더러운 병을 고쳐 줄 수 있을까? 그래, 한번 부딪혀보자. 죽어 가는 내 딸아이를 살리는 일이라면, 내가 뭘 못하겠나? 12년동안 나를 못살게 굴던 이 병을 고칠 수만 있다면 내가 뭘 못하겠나?’

죽어가는 딸 아이를 위해서 오늘날로 치면 본당회장과도 같은 회당장 야이로는 자신의 신분도, 자신의 명예도 잊은 채 떠돌이 예수라는 분을 찾아간다. 그리고 예수님께 애걸복걸한다: “제 어린 딸이 다 죽게 되었습니다. 제 집에 오셔서 그 아이에게 손을 얹어 병을 고쳐 살려 주십시오.”

그의 말을 듣고, 예수님은 그를 따라 나선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둘러싸고 서로 밀쳐 대며 따라간다. 군중 속에는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병으로 앓고 있던 여인이 있었다. 의료비로 전 재산을 다 써도 아무런 효험도 없었고, 오히려 병세가 더욱 심해진 여인은 예수님의 옷만 만져도 구원되리라고 믿고 그분 뒤에서 그분 옷을 만진다. 그러자 자신의 병이 낫는다. 바로 그 순간,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고 예수께서 물으신다. 그 여인은 자기 몸에 일어난 일을 알았기 때문에 두려워 떨며 예수님 앞에 엎드려 사실대로 말씀을 드린다. 그 여인이 사람들 앞에 나와 예수 앞에 엎드려 사실대로 말씀을 드리자, 예수께서는 “부인, 당신의 믿음이 당신을 살렸습니다. 병이 완전히 나았으니 안심하고 가시오" 하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회당장과 회당장을 따라온 사람들, 그리고 회당장의 집에서 온 사람들은 12년동안이나 괴로움과 소외 속에서 고통 받고 이제서야 구원을 받은 여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 사람들에게는 회당장의 딸이 낫는 것이 더 급한 일이었다. 그들에게는 12년동안 하혈병을 앓아온 여인의 병을 고쳐주고 그 여인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떠돌이 예수라는 작자가 한 여인과 노닥거리는 것으로만 여겨졌다. 그렇게 노닥거리고 있는 시간에 딸은 죽어 버린다. 그러자, 사람들이 예수님께 이렇게 말한다. “따님이 죽었습니다. 그러니 저 선생님께 폐를 더 끼쳐 드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 말은 결국, “당신이 저 여인과 노닥거릴 동안 우리 딸아이가 죽었단 말입니다! 이제 당신은 필요 없습니다! 그나마 당신이 사람들 병을 고쳐 준다길래 당신을 믿었는데....이젠 다 끝났습니다....”라는 말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들은 체도 않고, 회당장의 집으로 가서 회당장의 딸아이를 살려낸다.

오늘 복음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하느님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신다는 것, 사람은 생명을 포기해도, 결코 하느님은 생명을 포기하시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 하느님을 제대로 믿기만 하면, 우리가 바라고 믿는 것보다도 하느님께서는 더 많은 것, 더 좋은 것을 덤으로, 철철 흘러 넘칠 정도로 주신다. 믿음은 우리 인간을 살리고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 줄뿐만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게 한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하느님 나라, 구원, 은총, 하느님에 대한 우리 나름의 생각과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 마치 사람이 사람에게 하듯이 “우리가 하느님께 해드리는 만큼 그만큼 하느님도 우리에게 해주신다”고 생각을 한다. 착한 일을 100원어치하면, 100원어치의 은총을 주실 거라고 여긴다.

그러나 우리가 믿는 하느님, 그 분은 그렇게 째째한 분이 결코 아니다. 철철 흘러 넘칠 정도로, 덤으로 주시는 분, 인간을 너무나도 사랑하셔서, 당신 아들까지도 모두 다 내어주시고, 당신 아들의 몸과 피까지도 우리 모두에게 다 내어주신 분이다.

하느님은 그 크신 은총, 우리가 계산해놓은 것보다도 더 많은 것, 어마어마한 것, 상상을 초월하는 것, 우리가 구원이라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부활이라고, 영원한 생명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 것을 주신다. 이 어마어마한 선물을 우리가 받는 방법은 아주 쉽다: “하느님을 받아들이고, 하느님 당신을 믿습니다. 당신은 나의 구세주이심을 믿습니다. 당신은 제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힘들 때나 아플 때나 건강할 때에나 언제나 저와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 아버지 하느님이심을 믿습니다”라고 고백만 하면 된다.

이 신앙에로 우리 함께 어깨동무하며 걸어가지 않으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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