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돌아가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께서 여행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참 많은 곳을 돌아다니신 분이 평생의 여행 가운데, 가장 멀고, 가장 힘든 여행이라는 것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손과 발로 가는 여행이라고 하셨다. 머리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가슴으로 느끼는 것보다는 손 한번 더 내밀고, 발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말씀이셨다.
 
그리스도인이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가르침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은 자신의 신앙을 증거하는 삶을 의미한다. 하느님의 말씀을 알기만 하고, 전하기만 하고, 실제 삶 속에서 실천하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를 속이는 것이다. 하느님을 속이는 것은 다음 문제다. 오늘 복음을 들으면서 나는 맨 먼저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을 했다. 지금의 내 삶은 과연 내가 알고 있는 만큼 실천하며 살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24년간의 사제생활로 내가 늘어난 것이 있다면, 넉살이 늘었고, 뱃살도 늘었고, 얼굴에 철판도 많이 두꺼워졌다는 것이다. 말빨도 예전에 비해서 많이 늘었고, 세련되게 표현하는 것도 참 많이 늘었다. 예전에는 공권력에 대항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저 말로만 했다면, 지금은 그냥 나 잡아가라 하면서 대놓고 으름장을 놓기도 하고, 채증이라도 하려 하면, 관등성명 밝히고, 이름표 붙이고 하라고, 조목조목 따지기도 하고, 불법 시위라고 하면, 1인 시위는 불법 시위가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하나하나 반박하는 것도 늘었다. 그러나 과연 나는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을 지키고 있는가? 신자들에게 함께 해보자고 말은 그럴싸하게 하지만, 오히려 그 말 속에 나의 게으름과 태만함을 애써 감추고는 ‘이 정도 하면 되겠지, 사람들은 이것도 안 하는데’, 할 때도 있지는 않는가? 부끄럽지만 그럴 때가 은근히 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흔히 사제, 수도자들을 사랑과 용서의 전문가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신부님들도 계시고, 그런 수녀님들, 수사님들도 계신다. 그러나 적어도 오늘만큼은 거짓말은 못하겠다. 나 자신이 반석 위에 집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모래 위에다가 집을 짓는 사람임을 나 자신이 알고, 하늘이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꼬라지가 어떻다는 것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있다는 말씀에 위안을 삼아 본다.

자기 꼬라지가 어떤지도 모른 채,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른 채 살고 있는 사람도 있고, 자기는 분명 똥인데, 된장인체 하려는 사람도 있다. 잠시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보자.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반석 위에 집을 짓는 사람인가? 아니면 모래 위에다가 집을 짓는 사람인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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