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821호 2024. 7. 14 
글쓴이 김도아 프란체스카 
주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
 
 

김도아 프란체스카
사하성당, 노동사목 사무국장
cathlabor@naver.com

 
   얼마 전 한 학사님께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국장님은 언제부터 노동 활동가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생각해 보니, 주님께서 저를 이곳으로 이끄셨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사실 저는 활동가도 무엇도 아니지만 말이죠.
 
   노동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대학 신입생 때입니다. 새내기로 처음 대학 교문을 지나던 날, 동아리 신입생 모집 중이던 성당오빠가 절 불러세웠습니다. 자연스럽게 가입한 동아리가 민중노래패였고, 그곳에서 저는 민중노래와 함께 민주주의와 노동운동의 역사를 배우고 거리에서 싸우는 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취업 이후의 저는 지역의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진 시민이자 정작 저 자신이 파견노동자로 중간착취의 대상임은 잘 몰랐던 무지한 청년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로 희망버스를 타고 찾은 부산에서 저는 거리미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을 위해 거리에 차려진 제대와 그곳을 채운 기도와 성가들이 얼마나 따뜻한 울림이었는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저는 더욱 열심히 연대하는 시민이 되었습니다. 
 
   희망버스의 인연으로 부산으로 내려오게 된 저는, 가족과 지인이 아무도 없는 낯선 곳에서 약간의 우울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성당에도 적응이 어려워 겨우 새벽미사만 드리던 날들이었습니다. 그때의 제게 한 신부님께서, 운영하시던 장애우를 위한 시설에 후원과 봉사가 필요하다는 구원과도 같은 연락을 주셨습니다. 도움이 되고자 시작한 봉사였는데, 제가 도움을 받아 우울의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 인연으로 노동사목에서 일하게 되었고 어느새 7년 넘게 이곳에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어디에도 마음 붙이지 못해 힘든 순간에 저는 제가 주님의 울타리 밖을 서성대는 어린양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다음 순간 주님은 항상 저를 당신의 울타리 안으로 불러주셨고, 저는 그 안에서 누구보다 안정적이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시련이라고 느낀 순간들마저도 주님 품안에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활동가로도 봉사자로도 아직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다만, 한없이 모자라고 부족한 저라도 주님께서 알맞게 쓰심을 이제 배워 알고 있습니다. 모자란 저이지만 마음껏 쓰시고, 부디 제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 사랑을 살게 해 주시길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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