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지금 견딜만 한가?

가톨릭부산 2024.07.10 13:43 조회 수 : 26

호수 2821호 2024. 7. 14 
글쓴이 권경렬 신부 

그대, 지금 견딜만 한가?
 
 

권경렬 베드로 신부
덕천성당 주임
 
   여행을 떠나기 전에 우리는 필요한 것들을 챙긴다. 그런데 오늘 스승께서는 빈 몸으로 떠나라 하신다. 무슨 뜻인가? 말씀 따라 여행을 한 번 떠나보자. 
 
   길을 떠난다. 지금 걸친 옷과 신발과 지팡이뿐이다. 한나절만 지나도 배가 고프기 시작할 텐데, 날이 저물면 자야 할 텐데, 뙤약볕에 걸으면 땀과 냄새가 나고, 비가 오면 젖어서 추울텐데...아무 것도 없다. 몇 날이 될지 모르는 여행길이다. 불편을 넘어 고통을 겪게 될 터이다. 도움을 받고 고마움도 느끼겠지만 업신여김과 모욕도 당할 것이다. 탈진을 하는 등 한계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시련과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면 여행을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대, 지금 견딜 만한가?’ 지극한 인내심이야말로 미혹한 상태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길이다. 
 
   스승께서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행동을 다스릴 수 있는-악령을 제어하는-능력을 우리에게 주시며, 역경을 지혜와 인내심을 기르기 위한 양식으로 삼아 경험하며 배우라고 파견하신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이 겪는 모든 어려움,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 나아가 자연 현상 속에서도 배움을 얻는다. 경험하고 인내하고, 깨닫고 비로소 나누어 줄 수 있다. 자신이 경험하고 행동한 오직 그만큼 이해하게 된다.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서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전할 수 있을까.
 
   스승께서는 여기저기 옮겨 다니지 말고 바로 그곳에서, 직시하여 배우라고 말씀하신다. 세상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 모든 것이 번뇌일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은 생겨나기 마련이다. 수행은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끊임없이 무언가로부터 달아나기 때문에 지혜는 솟아나지 않는다. 우리가 도망가면 그것들은 어디까지고 쫓아온다. 번뇌가 두렵다고 달아나서는 배움을 얻을 수 없다. 세상에서 다른 것들과 교류하며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그 시작이다.
 
   경험하며 깨달으라. 인내하며 문제가 생겨난 그곳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라. 걸려 넘어진 그 돌부리 아래 보화가 묻혀있다. 어려움에 달아나지 말고 자신의 번뇌와 맞서고 지혜를 얻어라. ‘오직 그 만큼’ 우리가 한 오직 그만큼 얻는다. 그래서 우리를 환영하지 않거나 말을 듣지 않아 감정이 일어나면 그것 또한 신발의 먼지를 털어버리듯 털어버려라.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좋은 느낌이 사라지듯이 그것들도 사라진다.
 
   스승은 늘 옳은 방향을 가르쳐 주신다. 그 길을 걸어 열매를 따는 것은 이제 우리 각자의 몫이다.
호수 제목 글쓴이
2888호 2025. 9. 14  나를 죽이고 십자가를 지는 삶 file 박재범 신부 
2887호 2025. 9. 7  더 크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file 이재원 신부 
2886호 2025. 8. 31  행복을 선택하는 삶 file 박호준 신부 
2885호 2025. 8. 24  ‘좁은 문’ file 이영훈 신부 
2884호 2025. 8. 17  사랑의 불, 진리의 불 file 이영창 신부 
2883호 2025. 8. 15  마리아의 노래-신앙인의 노래! 김대성 신부 
2882호 2025. 8. 10  그리움, 기다림, 그리고 깨어있는 행복! file 김대성 신부 
2881호 2025. 8. 3  “만족하십시오.” file 이재혁 신부 
2880호 2025. 7. 27  “노인(老人)=성인(聖人)” file 정호 신부 
2879호 2025. 7. 20  마르타+마리아=참으로 좋은 몫 file 이균태 신부 
2878호 2025. 7. 13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file 계만수 신부 
2877호 2025. 7. 6  말씀 전하기에 가장 좋은 조건 file 정상천 신부 
2876호 2025. 6. 29  흔들린 고백 file 천경훈 신부 
2875호 2025. 6. 22  새 계약 file 신문갑 신부 
2874호 2025. 6. 15  하느님의 얼굴 file 조영만 신부 
2873호 2025. 6. 8  보호자시여, 저희의 닫힌 문을 열어주소서! file 권동국 신부 
2872호 2025. 6. 1.  승천하신 예수님, 저희도 하늘로 올려 주소서 file 이상일 신부 
2871호 2025. 5. 25.  “너희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아버지께 가는 것을 기뻐할 것이다.” file 맹진학 신부 
2870호 2025. 5. 18.  예수님처럼 사랑하기 file 권동성 신부 
2869호 2025. 5. 11.  내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신 하느님! file 박규환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