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는 고향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그리고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가르쳐 주시는 스승으로, 그리고 아프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치유해 주시는 치유자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참으로 예수님은 참된 스승이시고 치유자이십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인생의 참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병고와 슬픔의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 역시 예수님을 만나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반대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주로 유다교의 종교 지도자들입니다. 자기들이 생각하는 하느님의 모습, 자신들이 생각하는 인생의 길 외에는 어떤 것도 허용하지도 않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들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자기 확신 외에는 어떤 것도 허용하지 않는 꽉 막힌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의 고향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저 사람이 어디서 저 모든 것을 얻었을까? 저런 지혜를 어디서 받았을까? 그의 손에서 저런 기적들이 일어나다니!” 그들의 예수님의 가르침과 그 지혜에 놀라고 예수님의 기적에 경탄합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예수님을 따르기는커녕 그분을 배척합니다. 자신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 예수님의 가르침과 기적을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듭니다. 선입견이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듭니다. 그들의 선입견은 유다교 지도자들의 선입견과는 좀 다른 것이었습니다. 바리사이와 율법학자의 선입견은 신앙적인 것이라면, 고향 사람들의 선입견에 사람에 대한 선입견입니다. 고향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보이지만, 실상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우리 역시 이웃을 바라볼 때 너무 쉽게, 그 사람의 과거, 겉모습, 직업, 다른 사람에게 들은 평판 등에 쉽게 의존합니다. 그래서 이웃의 진짜 모습을 놓쳐버립니다.

이런 선입견의 밑바닥에는 닫힌 마음이 있습니다. 들을 수 없는 마음입니다. 귀는 있지만 귀가 열리지 않은 상태입니다. 잠언 11,2에서는 겸손한 이에게는 지혜가 뒤따른다고 말하고 있으며, 집회서 6, 33귀를 기울이면 지혜롭게 된다고 가르칩니다. 우리가 선입견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겸손해야 하며, 귀를 기울이는 듣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겸손은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귀를 기울이는 것이고 듣는 마음입니다. 열왕기 상권을 보면, 하느님이 솔로몬 임금에게 무엇을 청하느냐?”하고 물으시자, 솔로몬이 듣는 마음을 달라고 청합니다. 하느님은 그에게 지혜와 분별의 마음을 주십니다. 참다운 지혜 역시 듣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참으로 듣기 위해서는 자신을 낮추어야 하고, 자신의 고집을 내려 놓아야 합니다. 겸손, 듣는 마음, 지혜는 어떤 면에서 하나의 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앙 역시 겸손, 듣는 마음, 지혜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은 당신의 고향에서는 기적을 일으킬 수가 없었습니다. 기적 역시 하느님의 능력과 신앙이 함께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기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떤 기적이 일어나도 믿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나자렛 고향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의 모습을 봅니다. 실상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열고, 우리의 아집을 내려놓고, 우리 자신을 더욱 낮추어서, 우리가 하느님의 신비를 보고,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은총을 구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가운데에서 말씀하시고 우리를 이끌어 주시는 참다운 예언자의 음성과 이끄심을 식별하는 은총을 구해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닫힌 눈과 귀를 열어주시도록 청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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