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국제신문 
게재 일자 2015-09-18 / 본지 11면 

교황 사랑의 메시지, 가슴에 다시 새긴다

가톨릭센터, 방한 1주년 맞아 사진전·어록 서예작품전 열어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지난 17일 부산 중구 가톨릭센터 1층 마음밭갤러리에서 경훈모(왼쪽) 신부가 교황 프란치스코의 메시지를 붓글씨로 쓴 작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내달 7일까지 1층 갤러리서

A 기자는 화가 났다. '저런 사람이 다 있지? 상대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말만 할 뿐이고. 그렇다고 식견이 높은 것도 아니고. 교묘히 남을 깎아내리고'. A 기자는 방금 만나 대화를 나눈 사람에게서 그런 인상을 받았다. 그에 대해 화가 난 마음이 A 기자 안에 싹텄다.

A 기자는 다음 약속장소인 부산 중구 대청동 가톨릭센터 1층 마음밭갤러리에 들어섰다. "어? 뭐지…. 이 느낌은." 전시된 서예작품 가운데 저항할 수 없는 힘으로 A 기자의 마음을 끌어안는 글귀가 있다.

'사랑-누군가에게 화가 났나요. 그러면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세요.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사랑입니다'.

부끄러움 같은 느낌, "아차!" 싶은 감정이 팔에 돋는 닭살처럼 A 기자를 엄습한다. "그렇구나! 그 사람은 평판이 나쁘지도 않고, 열심히 활동하는 분인데 그냥 그날 인상만 갖고 판단한다면, 그 미운 감정이 눈덩이처럼 커져 그에게도 내게도 상처를 준다는 걸 왜 잊었을까. 기도부터 할 생각을 왜 못했나?"

지난 17일 가톨릭센터에 간 건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 1주년,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나'라고 가톨릭센터 관장 경훈모 알렉시오 신부께 물어보고자 해서였다. 때마침 가톨릭센터는 지난 16일부터 1층 대청갤러리에서 '교황 방한 1주년 기념 사진전-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같은 층 마음밭갤러리에서 '교황 프란치스코 어록 서예작품전'을 시작했다. 두 전시는 다음 달 7일까지 이어간다.

경훈모 신부는 대청갤러리에서 교황의 웃는 모습, 교황의 생가, 교황이 살며 하느님 뜻을 펼친 마을을 담은 사진을 찬찬히 안내했다.

마음밭갤러리에는 부산가톨릭서예인회 회원들이 교황의 어록을 쓴 글씨를 전시했다.

'사랑에는 장인과 같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랑을 이룩하는 것은 수작업이고 인내가 필요한 사적인 일이며 설득하고 듣고 다가가기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인간적인 일입니다'. 사랑은 관념적인 머리 굴리기가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이고 수작업이란 점을 교황은 깨우쳐준다.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을 보듬으면서 했던 이 말은 여전히 따뜻하고 강력했다. 눈앞에서 생명이 고통받고 있는데 머뭇거리며 '중립'을 찾는 것은 옳지 않다는 뜨거운 사랑 메시지다. '새로운 현실에는 항상 새로운 응답이 필요합니다. 그리스도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일종의 의무입니다' '그 사회가 얼마나 훌륭한지 알려면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살펴보면 됩니다'.

경훈모 신부께 물었다. "지난해 8월 교황의 방한 때는 모두 좀 바빴지 않았습니까?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속에 남은 것,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주저 없이 그는 답했다. "교황님은 더불어 사는 이 사회의 기초 원리로서 정의를 말씀하고 실천하셨지요. 우리에게는 실천이 남았지요. 더디게라도 한 발 한 발, 선한 사람들의 연대로, 갑이 아니라 을인 사람의 손을 잡고, 그냥 참 안 됐다 그런 게 아니라 손 잡고 눈 맞추고 포옹하면서, 주저앉아 절망하지 않고."

그러니까,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