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4일 월요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천주교 신자가 되면, 이거 하라, 저거 하라,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뭔 규정과 금지가 그렇게도 많은지, 신자답게 살려 하면, 과로사하기 딱이다 싶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별 생각 없이 성당에 왔는데, 사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어 마음의 평안만이라도 얻고 싶어서 성당에 왔는데, 천주교라는 것이 어떤 종교인지 궁금해서 알아 보려고 큰 마음 없이 성당에 왔는데, 이 무슨 날벼락인가? 성당 안 간다 안 간다 하며 똥고집 부리던 남편, 아내, 겨우 겨우 설득해서 성당에 데리고 와서 예비자 교리반에 등록시켰는데, 이 무슨 날벼락인가? 싶을 때도 있다.

젊은 날에야 고생은 사서라도 하라는 말처럼 인생 경험 넓혀 볼 겸, 세상 살이 배워 볼 겸, 일부러라도 고생한다지만, 사는 것이 힘에 부치고,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아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인생의 참 의미라는 것이 나 하나 잘되고, 내 가족 건사하면 다 된 줄 알았다가, 그래도 나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힘듦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려고, 그들을 위해 봉사라도 하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참 의미인 것을 조금씩 깨달아서, 그리고 지난날 다소 이기적이었던 내 자신에 대한 반성과 빚 진 것에 대한 미안함을 기워 갚는 정도로 신앙 생활이라는 것을 해 보고, 예수를 주님으로 모시고, 주님께서 하신 말씀들을 문자 그대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 마음 다잡게 하고, 이타적인 삶을 살라, 사랑을 실천하며 살라는 말씀으로 받아 들이고 살면, 그 정도만 살아도 천국 가는 것 아닌가 생각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세례자 요한의 삶과 죽음은 참으로 버거운 것으로 다가온다.

하느님 믿으면서 사는 삶은 때때로 힘들고 버겁고, 무섭기까지 할 때가 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 주님은 우리에게 왜 그런 삶을 요구하는 것일 것인가? 우리가 지은 죄가 무어 그리도 많아서 그 죄를 기워 갚으라고 이런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라는 것인가? 이런 물음을 숱하게 던지며, 하늘 보고 빈 주먹질할 때도 있다.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왜?’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우리들 모두가 다 알고 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악이 창궐한 이 세상을 조금이나마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으로 바꾸는 일이고, 그렇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이며, 그렇게 사는 것이 사람으로 나서, 사람답게 사는 길임을 이미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알고 있음에도 실천하지 않는 것은 왜일까? 혹시라도 그렇게 살다가 세례자 요한처럼 어처구니 없이 죽을까봐, 예수처럼 십자가에 못박혀 죽을까봐 그것이 두려워서 그러는 것일까? 오늘 세례자 요한 축일에 많은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 머리 속에서 일고 있다. 아침부터 내 스스로에게 이런 물음을 던지면서, 오늘 하루 진지하게 보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오늘 나는 이렇게 오늘 하루를 보내고 싶다.

 여러분은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고 싶으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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