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0일 연중 제11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천주교 신자가 가장 많이 바치는 기도가 주님의 기도이다. 신자가 되는 순간, 아니, 예비자 교리반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세례 받고 죽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천주교 신자들이 제일 많이 해야 하는 기도가 소위 주모경이고, 그 중에서도 주님의 기도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 여러분은 이렇게 기도하시오 »라고 말씀하시면서 당신의 제자들에게 친히 기도하는 법을 알려주신다. 외우라고 하시지는 않으셨다. 그러나 가톨릭교회든, 개신교 교회든, 그리스도교 신자가 되려고 마음먹고, 믿음의 공동체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이 기도를 외우라고 한다.
골방에 들어가서 기도하고, 묵주알 열심히 굴리고, 기도서에 나오는 기도문들을 좔좔 외우고,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말씀을 묵상하는 것도 참으로 좋은 기도이다. 그러나 그런 것만이 기도는 아니다. 화해하고, 극기하고, 아내나 남편을 버리지 않고,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 하고, 정직하고, 폭력을 포기하고, 원수를 사랑하는 것, 이 모든 일들도 사실은 기도이다.
아무튼, 주님의 기도는 분명히 제자들에게 주신 기도다. 제자인 척하는 사람들에게 주신 것도 아니고, 서류상의 제자만이 아니고, 무늬만 신자들에게 주신 그런 기도도 아니다. 참 제자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기도다.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제자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기도다. 주님의 기도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와 자연과 우주에 대한 봉헌이 들어있는 하느님의 기도다.
주님의 기도는 우리들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요구한다. 산상 설교에서 주님께서 요구하신 것들보다도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오늘도 우리들은 미사를 봉헌하면서 성체를 모시기 위한 준비로 주님의 기도를 바칠 것이다. 그러나 주님의 기도를 진정 주님의 제자로서 바친 적은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묵주기도를 하고 아침, 저녁기도를 바치고 하루에도 여러 번씩 과거와 현재와 미래와 자연과 우주에 대한 모든 봉헌이 들어있는 이 위대한 기도를 바치겠지만, 진정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기를 염원하고,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는가?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주님의 기도를 읊어대는 내 자신이 주님의 제자로서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도 않은 채, 이 기도를 바친다면, 결국은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 경고하시는 다른 민족 사람들, 빈말을 되풀이해대는 그들처럼 기도하는 것과 다를 바가 무엇일까? 오늘 복음은 나로 하여금 삶이 기도가 되어야 한다고 채근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